내신등급 위해 자퇴, 검정고시 보겠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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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선생님은 담임학급의 김군과 오늘까지 1주일에 걸쳐 방과후마다 장시간의 상담을 하여 오셨다.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하시고 또 어깨를 두드려 주시기도 하고, 이것저것을 들추어 펴 보여 주시면서 애쓰시는 모습이 여간 안타깝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간곡한 뜻이 김군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결국 김군은 그와 그 부모님의 고집대로 1, 2학년 때의 내신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이 봄에 검정고시의 길을 택하여 자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선생님은 내게로 오셨다. 더러는 상기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반 선생님! 이럴수도 있읍니까? 내신등급을 좋게하고 또 명문학교에 가겠다는 뜻은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이렇게 요령주의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견디기 힘들군요.』나는 최선생님의 말씀에 조력하여 드릴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검정고시제도 설정의 참 목적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닌 줄로 안다. 그러나 제도가 지닌 시행상의 어떤 점들이 악용되고 또 그것이 학교의 정규적인 교육과정을 밟는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에게 만의 하나라도 현혹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모순이며, 시정되어야 마땅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난해의 경우, 검정고시 합격자의 내신등급은 학력고사 286점이상 득점자는 모두 1등급이었고, 그 밑으로 269점까지는 2등급, 254점까지는 3등급이 되었다. 이같은 등급의 기준이 되는 학력고사 점수는 학력고사 성적발표 이후에 점수분포도에 따라 정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며, 또한 검정고시 제도의 근본 의의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학교학생들의 실질적인 득점과 내신등급을 비교할 때 파격적인 대우(?)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제도의 수립과 시행상의 일들이 완전무결하고, 모든 경우에서 동시에 만족할만한 합리성을 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제도인 이상은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와 이상을 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형평의 원리가 무너질 때 다른 한편으로 기울어지려는 성향은 있는 것이다.
우리주위에 이런 뜻을가진 제2, 제3의 김군이 하나씩 증가한다면 결코 그것이 우리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교사가 지니는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에 대한 교훈은 남다르다. 반진연<서라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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