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깨비 불' F1 레이싱카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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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캐릭터 디자이너인 정철연씨가 '도깨비 불'이 그려진 르노팀의 F1경주차(축소 모형)를 안고 있다. 정씨 뒤에 보이는 디자인이 도깨비 불 모양이다.

한국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세계 자동차 레이싱의 최고봉인 포뮬러1(F1)대회용 자동차를 디자인했다.

국내에서 캐릭터 만화가로 유명한 정철연(27)씨는 이달초 '마일드세븐 르노F1팀'의 경주차에 전래 동화에 나오는 '도깨비 불'을 그려 넣었다. F1 디자인 산업에 참가한 첫 한국인이 된 셈이다. 그가 디자인한 르노팀의 경주차는 이달 9일부터 3일간 벨기에서 열린 경기에서 등장해 맥라렌-메르세데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전세계 140개국에 중계됐고 8억명이 시청했다. 정씨가 르노팀의 경주차에 도깨비불을 그리게 된 것은 유럽연합(EU)이 올해 8월부터 스포츠 경기에 담배광고를 금지한 데 힘입은 결과다.

르노팀은 마일드세븐 광고를 차량에 새겼었다. 그래서 유럽경주에 나서는 차량에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새기는 디자이너를 찾았고 정씨가 뽑혔다. 세계 20여개국에서 F1의 속도감과 강인한 힘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이 응모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 연재 만화인'마린블루스(www.marineblues.net)'에 성게.불가사리.쭈꾸미 모양의 주인공을 내세워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변잡기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 만화는 하루 30만명이 찾아 300만 페이지 뷰를 기록하고 있다. 정씨는 "제우스의 창과 도깨비불을 디자인해 르노팀에 보냈는데 도깨비불이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는데다 어떤 외국 디자인보다 독특해 선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킴즈라이센싱'에서 일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정씨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놓치지 않으려면 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잡지와 역사서 등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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