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무용축제 평균 81세…전통춤 명인 6명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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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고의 전통춤 명인 6명의 솜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례없는 자리가 마련된다.

다음달 8,9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5)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무후무(全舞珝舞)' 공연이다. '가장 완전한 춤'을 뜻하기 위해 만든 한자 조어지만, 한글만 따져 보면 예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무대라는 뜻도 들어있다. 6명의 평균 나이는 81세. 워낙 고령인지라 언제 또 춤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어떤 이는 후학도 키우지 않아 그가 세상을 떠나면 맥이 끊긴다. 이번 무대는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혹자는 제도권에서, 혹자는 초야에 묻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주류와 비주류의 최고수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문장원(88)의 '동래입춤'=그는 한량이다. 열다섯 살 때 동래고를 두 번 낙방하고 기방 출입을 일삼았다. 기생 노래에 맞춰 흔들던 동작을 그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마당춤의 큰 동작과 사랑방에서 추는 작은 동작을 한데 섞어 독특한 춤을 만들었다. 특히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즉흥 공연의 대가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데, 바로 그 순간 그의 춤은 시작된다.

# 김덕명(81)의 '양산학춤'=그는 춤꾼이기에 앞서 자연생태학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의 춤엔 학이 먹이를 보는 것, 잡으러 가다 놓치는 것, 잡고 좋아하는 것 등이 생생히 묘사된다. "동물원에서 그를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농이 오갈 정도다. 해방 후 면서기 시험에 합격해 8년간 근무하다 결국 천생의 끼를 버리지 못하고 춤판으로 나섰다. 경남무형문화재 3호 '한량무' 보유자다.

# 강선영(81)의 '태평무'=전통춤을 넘어 무용계의 대모다. 규격화한 전통춤의 기본이자 완성이 그녀의 춤이다.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무용협회 이사장과 예총 회장을 역임했다. 전통춤이 현재와 같은 위치로 올라선 데에 그녀의 공로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태평무는 불규칙 박자로 빠르게 움직이는 발 디딤새가 백미다. 그녀는 최근 무릎을 다쳤다. 그래도 투혼을 발휘한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 김수악(79)의 '교방굿거리춤'=경상도 최고의 춤꾼이다. "진주 남강의 물이 말라도 여란(김수악의 예명) 주머니의 돈은 마르지 않는다"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진주에서 최고 인기였다. 전국적 스타로 발돋움한 것은 1980년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벌인 명무전 공연을 통해서다. '교방굿거리춤'은 굿거리춤을 추면서 자진모리 대목에 소고춤을 엮어서 추는 전형적인 기방형 춤이다. 무형문화재 '진주검무' 보유자.

# 이매방(79)의 '승무'=말이 필요없는 한국 전통춤의 기둥. 승무는 무형문화재 27호다. 1978년엔 프랑스 렌 민속예술제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매방의 춤은 "보기에는 옥당이요, 따라하기엔 절망이다"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손수 지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제자들에게도 나누어 주느라 늘 재봉일을 한다. 바늘 자국이 야무지고 촘촘해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 청자 상감을 닮은 듯한 춤새'가 옷에도 그대로 드러난다고들 한다.

# 장금도(77)의 '민살풀이춤'=그녀는 야인 중의 야인이다. 전북 군산에선 아무리 위세 높은 분이 청해도 "인력거 두대가 오지 않으면 안간다"고 버틸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후학도 없이 홀로 춤을 지켜왔다. 수건 없이 추는 그녀의 '민살풀이춤'은 공기의 결에 스며들 듯 가뿐하기만 하다. 3박인 살풀이 장단과 자진모리 장단을 지나 2박인 동살풀이 장단으로 빠르게 통통 튀기며 넘어가는 지점에서 그녀만의 춤새가 빛이 난다. 공연문의 02)3216-1185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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