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문화 cafe] 치마 입은 남자의 부드러운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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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에 '운동장애'란 말이 있다. 손이나 발이 의도하지 않는데도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행태를 가리킨다. 이 뇌와 몸의 불협화음이 이젠 무용의 소재로 활용되는 시대다. 영국의 유명 무용단체인 랜덤댄스는 케임브리지 의대의 운동장애 프로젝트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무용수들은 실험대상으로 참여해 뇌손상과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운동장애'(AtaXia)를 안무했다.

이 독특한 작품이 27일~10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자유소극장과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5)에서 선보인다. 요즘 세계 현대무용은 컴퓨터 안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과감한 영상기법,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 등이 결합한 종합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올해 축제도 이런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듯 독특한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핀란드의 테로 샤리넨 무용단의 '방안의 남자'는 뛰어난 무용수로 불리는 테로 샤리넨의 솔로작이다. 하얀 튀튀(tutu.발레리나가 착용하는 치마)를 입고 춤을 추다 기괴하고 독특한 영상을 몸에 투영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카롤린 카르송의 안무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스티븐 페트로니오 무용단(미국)의 '라레뉴' '상처입은 남자', 다니엘 라리외 무용단(프랑스)의 '네 감(感)을 잊지 마', 나르시소 메디나(쿠바)의 '카니발의 기원'등 일련의 작품들은 세련됨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해외 유명 단체에 가려 빛을 잃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 하나가 있다. 우리시대 춤꾼들이 한자리에 모인 '전무후무'다. 이매방(승무).강선영(태평무).김덕명(양산학춤).장금도(민살풀이춤).김수악(교방굿거리춤).문장원(입춤) 등 80세를 넘긴 이들 명인의 춤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02-3216-1185. www.sidance.org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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