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급격히 번지는 죽음의 질환 면역결핍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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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미국에서는 속발성 면역결핍증(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란 질환이 전역을 휩쓸고 있어 야단들이다. AIDS란 후천적인 면역기능 이상으로 인한 면역부전현상의 총칭으로 단일 병명은 아니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면역이란 무엇이며 이같은 면역질환은 왜생기는 것일까. 가톨릭의대 내과 김동집교수(면역학)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면역이란 말의 어원은『세금을 내지않아도 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귀찮은 일을 치렀으니 한동안 잊고 있어도 된다는 의미다. 흔히 홍역이나 수두·장티푸스 같은 병에 한번 걸리고나면 다시 이병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를 두고 면역, 또는 저항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을 면한셈이다. 그렇다고 무슨병이든지 한번 앓았다고「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따른 면역지속기간의 차이 때문에 감기같은 질병에는 1년에 몇번씩 걸리기도 한다.
우리몸에는 이같은 면역을 담당하는 일종의 기구가 있다. 임파구가 총사령부가 되는 이 면역기구는 탐식세포·B세포·T세포등의 면역세포를 만들어 체내를 돌면서 침입자에 대한감시역할을 맡고 있다.
체내에 있는 각종의 면역세포들은 자기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자기몸의 성분이 아닌「비자기」성 물질에 대해서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특이하다. 흡사 전장에서 보조를 서는 군인이 아군은 그냥두고 적의 침투가 있을 때만 이를 사격해 물리치는 것과 비슷하다.
면역세포는 임파관·혈관등을 통해 전신을 돕다가「비자기」로 인정되는 항원이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탐식세포가 이를 인지, 먹어치우게 되며, 한편으로는 B세포와 T세포에 연락, 이같은 항원에 대항할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해준다.
연락을 받은 B세포·T세포들은 항체라는 대항물질을 만들어 침입자에 달라붙게해 항원-항체반응이라는 것을 통해 침입자를 무해한 것으로 만들거나 직접 항원을 파괴시키기도하며, 때로는 림프킨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그 항원에 대해서는 항시 이길수있게 하는 면역기능을 갖게도 한다.
이같은 면역기구 이외에도 혈장속에는 보체라는 것이 있어 항원-항체에 결합, 임파계통의 면역기능에 협조를 하고 있다.
인체는 이런 기능을 갖고 있음으로해서 체내외에서 수없이 접촉, 침입하는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기타 여러 가지 몸에 유익하지 않은 물질을 처리, 우리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원인에 의해 우리몸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면역결핍상태가 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등 항원성을 가진 물질로부터 우리몸을 방어할 능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별것 아닌 항원에도 중증 감염증에 잘 걸리며 암과 같은 병이 생겨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역부전이 선천적으로, 면역기구가 발달되는 과정에서 생긴 결함에 의한 경우(원발성 면역결핍증)는 출생하자마자 중증 감염증으로 신생아가 사망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는데 골수이식을 통한 면역세포의 재생을 촉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 된다.
이에비해 태어날 때는 면역기능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그후 어떤 원인에 의해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 이를 속발성, 또는 획득성 면역결핍층(AIDS)이라 부르게된다.
속발성 면역결핍의 원인으로는 면역억제제·항암제등의 약물투여·방사선피폭·흉선을 위시한 면역기구의 외과적인 제거등이 있을 수 있으며, 풍진과 같은 바이러스감염의 경우도 일시적인 면역부전이 올 수 있고, 출생직후에 면역기구의 발달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는 장기적인 면역결핍을 볼 수도 있다.
또 암이 면역기능을 억제하기도 하는데, 특히 면역장기에 생긴 종양, 예로서 다발성 골수증·악성임파종·만성임파구성 백혈병등은 직접 면역기구를 파괴한다. 이밖에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의 하나로 자연적으로 면역결핍이 되기도 하며, 어떤 물질에 중독되었거나 신증후군과같은 단백뇨 배출이 많은 경우도 면역결핍의 원인이 되는데 현재 미국에서 문제되는 것처럼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주로 미국의 동성연애그룹간에 크게 번지고 있는 이 면역결핍질환은 환자의 대부분이 치사율 60%인 PCP(폐렴의 일종), 40%는 피부암의 일종인 카포시육종(치사율 20%)을 앓게 된다고 한다. 이병에 걸리면 불안·미열·발한·식욕저하·임파선부종·감정둔화등의 초기증세를 보이는데 현재까지 원이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접촉이나 수혈등을 통한 바이러스감염의 일종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을뿐 뚜렷한 치료대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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