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내유가 인하 폭」에 이견 부분|"석유파동재래 대비한다지만 「30% 반영」은 비현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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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유가 인하 폭 논쟁은 일단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국제원유가 인하 폭의 30%만을 국내유가조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견도 많다. 산업용 연료인 벙커C유나 중간재인 나프타 값이 대폭 내릴 전망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유가 인하에 따라 장기적으로 산업부문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인하요인의 50∼70%까지를 국내유가에 반영, 산업에 관련되는 석유류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고 전기 등 제2차 에너지가격과 연료를 많이 쓰는 공산품 가격도 크게 떨어뜨려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것이 일부 경제부처의 주장이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1, 2차 세계석유파동 때 뜨겁게 덴 경험을 살려 인하요인의 70%를 세금(관세)과 석유가격안정기금으로 흡수, 이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융자하고 에너지절약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며 이것이 고위층의 내락을 얻기까지 적잖은 논쟁을 일으켰다.
경제기획원 안에서도 올해 물가억제 목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내유가가 대폭 인하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과 세수결함 폭을 줄이기 위해 관세율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1차 석유파동이 지난 76년 잠시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했을 때 이를 저축하지 않고 모두 국내유가에 반영함으로써 2차 석유파동 때 더욱 격심한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졌다.
수입원유 가격 인하분 5달러 중 30%인 1달러50센트를 일단 국내유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동력자원부는 나프타와 벙커C유의 가격체계를 다시 조정, 이달 안에 인하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나프타의 인하 폭은 11∼12%, 벙커C유는 3∼4%선이다. OPEC의 5달러 유가인하에 의해 생긴 12.2%의 국내유가 인하요인 중 30%만 내리므로 국내유가는 평균 3.75% 인하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나프타가격은 현재 ℓ당 1백55원에서 1백37∼1백38원이 되며 벙커C유는 2백4원에서 1백96∼1백98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산업용 연료의 대종인 벙커C유나 나프타 및 전력요금이 경쟁 강대국보다 7∼43%까지 비싸기 때문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인하 폭으로는 경쟁력 제고는 어림없다는 하소연이다.
정부는 원유가격 인하분의 70%인 3달러50센트를 관세 및 기금으로 흡수키로 했는데 그 몫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70%중 28%에 해당하는 1달러40센트는 관세에 반영, 결국 원유에 5%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원유에 잠정세율 3.0%를 적용해왔다.
수입 원유에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1년에 약 2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유가인하에 따른 물가하락으로 올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은 1천4백억원인데 이 부분만은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나머지 42%인 2달러10센트는 석유가격 안정기금으로 쌓아놓되 기금사용 목적 이외의 사업, 이를테면 수자원개발사업과 기계공업육성에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자금은 우선적으로 충주댐 등 7대 강 유역을 포함한 수자원개발사업에 집중투자, 취업기회 확대·농어민 이득 증대·수력발전증가 등 다목적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해외건설 수주 감소로 인한 실업인구를 줄일 수 있다는데 안섬마춤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밖에 기계공업육성자금·중소기업진흥자금 및 연불수출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 몫을 따로 떼어냈다.
그러나 이 몫을 어떻게 떼어내느냐에 따라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거나 관계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자세다.
관세로 거둬들인 세금 중 일부를 사회간접시설에 투입하려면 새로운 항목에 대한 지출이 되므로 어차피 추갱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므로 석유가격안정기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끌어쓰기로 했다.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한다는 측면이기 때문에 당장에 관계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관세나 기금에서 끌어내 쓰는 자금의 분배방법은 △50센트 세수결함보전 △1달러 수자원개발자금 △1달러 중소기업진흥자금 △1달러 연불수출지원자금 등으로 쓸 예정이다.
원유에 대한 5%의 관세부과는 당초 재무부가 주장한 7%에서 훨씬 후퇴한 느낌이지만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잠정세율로 조금씩 인하, 충격을 줄여나가겠다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세수부족이 완전히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예산편성 때 만들어졌던 경제지표가 수정될 것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세수결함이 4천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가인하에 따라 경기가 회복되어 세수가 부분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세수결함이 여전히 발생하고 여기에다 3천4백67억원의 적자국채도 발행해야하기 때문에 국민부담은 계속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해외원유가격이 오를 때마다 국내유가에 고스란히 인상요인을 전가시켜온 정부가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국내유가인하 폭을 적게 한데 대해서는 일반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업계로부터 적잖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의 효과적인 배분을 통해서 저력을 길러야만 추위(석유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에 인하요인을 소폭 반영하는 대신 현재 기준유가가 더 내려갈 경우 모두 국내유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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