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1. 어떻게 취재·분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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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팀은 5월 중순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 정보에서 각계 엘리트 3만1800여 명의 자료를 뽑아냈다. 추출 기준은 취재팀과 중앙일보 콘텐트기획팀 및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측과 함께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경우 종합병원 과장급 이상, 경제인은 100대 기업 부장급 이상 등이었다.

군인의 경우 영관급 이상으로 정했으나 조인스 인물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100여 명밖에 들어 있지 않고 기재 내용이 부실해 아쉽게도 분석 대상에서 빠졌다. 군 인사들이 보안상 이유로 자세한 개인 신상이나 경력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출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내용은 철저하게 걸러냈다. 주소의 경우 읍.면.동이나 번지, 아파트 명칭 등은 뽑지 않았다. 전화번호.생일.병역.신체 조건 등도 추출하지 않았다. 취재팀은 1차 분석을 '사이람'(대표 김기훈)에 맡겼다. 이 회사는 서울대 캠퍼스 연구동에 있는 네트워크 전문업체다. 이 업체의 특수 소프트웨어(넷 마이너)를 통해 엘리트의 학연.지연.혈연.직연을 분류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나온 1차 자료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장덕진 교수가 2차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검증.보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포스트386 세대의 경우 아직 엘리트로 본격 진출할 연령대가 아니어서 분석 대상이 적었다(1200여 명). 다른 세대보다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경향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숫자라고 조사팀은 판단했다.

취재팀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100여 명의 엘리트를 인터뷰했다. 분석 결과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방 이후 나온 20여 편의 관련 논문과 각종 정부 자료를 참조했다. 취재 및 분석에 모두 4개월이 걸렸다. 장덕진 교수는 " 국내외를 통틀어 한 국가의 주요 인사 전체를 분석한 사례는 없었다"며 "언론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사회연결망 분석=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따져 사회나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내는 기법이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열한 대통령 선거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인사가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고 하자. 그가 해당 후보와 어떻게 얽혀 있고 캠프 외부의 주요 인사들과 어떤 연줄을 맺고 있는지 알면 앞으로 또 다른 인사들이 해당 캠프에 도움을 주거나 추가로 합류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정보처리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한 사회 현상도 규명이 가능해졌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해 부시 대통령과 정치자금 기부자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본지 취재팀도 올해 초(본지 1월 24일자 1면) 17대 국회의원의 투표 성향을 네트워크 자료 형태로 보도하는 등 국내외 언론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기법을 보도에 활용해 왔다. 분석 과정이 워낙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려 지금까지 분석 대상이 최대 수천 명 선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본지 취재의 분석 대상은 3만 명 이상이었다.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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