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텔리비전 질서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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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질서의식을 높이자」-지난12일 KBS제1TV는 5부로 나눠 7시간이 넘게, MBC-TV는 그에앞선 10일에 2시간짜리 캠폐인을 각각 생방송으로 엮었다.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전국네트워크를 동원, 요란스럽게 꾸며낸 이들 프로는 과연 만족스런 것이었나.
KBS가 언젠가 조사한 국민생활 시간을 보면 우리국민의 시청시간량은 평균3시간남짓 된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닌걸 걸핏하면 장시간물로 엮어 내는 편성은 과연 전파의 효율면에서 타당한 것일까.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심각히 위협을 받는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라고한다.
이를테면 컴퓨텨의 활용은 사적인 데이터까지 노출당할 위험이 커지고 영상정보의 발달은 개인의 초상권의 보호가 크게 혼들린다는 소리도 높다.
KBS청주국은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화장을 고치는 숙녀의 모습을 공개하고 진행자는 그행위를 나무라는 코멘트를 보탰다.
시민을위한 편의시설이 없는 형편에서 전화박스 안에서 잠깐 얼굴을 다듬는 짓이 그토록 질서를 어긴 일이며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사진이 공개당해도 되는가.
「속빈 강정」 이란 말처럼 내용도 빈약했다. MBC가 부산의 교통질서의 문제점을 보행자·교통순경·자가용과 영업용운전사·버스안내양 등에게 물었지만 하나같은 대답으로 『전과 달라 지금은 좋아졌다』 는 것이었다.
청주국의 경기장질서를 묻는 말에 작년에 한차례 빈 병이 날아온 일이 있었다는 프로야구선수의 대답이 있었다.
KBS의 동작동고갯길과 서울역 지하철의 모습을 담은 화면에 『오늘은 소통이 잘되고 있다』 『거의 질서가 잘지켜지고 있다』 는 취재자의 말이 따랐다.
부산 자갈치시강의 택시승강장 질서도 잘 지켜진다는 말이었고 대전역앞도 『막힘없이 술술 빠진다』 고 했으며 대구의 대신동 네거리는 교통량이 많은 곳인데도 교통질서가 잘지켜져있었고 광주의 시외버스 정류장 앞을 담은 화면에 『오늘은 교통이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죠?』 라며 오히려 취재기자가 반문한다. 몰래 찍은 사진일테니 비단 오늘의 경우만도 아닐 것 같다.
KBS가 7시간에 걸쳐찍은 화면에는 교통질서를 어긴 행인은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50명이 채 못될성싶고 전용도로가 없는 형편이니 자동차에 끼어 달리는 자전거꾼만 몰아세울 일도 아닐것이다.
취재는 공정했는가? 9백만 인구의 서울에 공중변소가 있고 쓰레기통은 고루 놓여 있으며 하루에 몇 차례쯤 수거하며 길바닥 청소를 하는가.
도로율은 합리적이며 신호등은 적정하게 설치돼 있는가? 이런 문제점은 덮어두고 주민의 무질서의식을 탓하고 보행자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선진조국을 창조하자는 의식캠폐인을 벌이면서 틈을내어 자기네 야구팀을 선전하고 특정프로 (전원일기)를 시청해달라는 것은 옳은 일인가.
선교사의 말을 받아 『동방예의지국이면서-낯이 뜨거워진다』 느니 (MBC),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양식 있는 사람으로는 울고 싶은 심정이라』 (KBS)는 진행자들의 말은 너무 소녀의 감상다와 메스꺼운 느낌이 컸다.
결론으로 KBS의것은 5부에서 하일라이트로 묶은40분 안에 충족되었고 MBC는 쓸데없는 군더더기-프로야구팀·전원일기팀·제주의목석원-를 뺀 1시간 정도여도 무난했을 것이다.
외형으로 허세를 부리려는 자세는 버려야한다. 신규호 <방송평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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