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새 총무원장 선출 합의추대 이심전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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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법장 스님의 입적 이후 후임 총무원장 스님을 선거 대신 합의추대 방식으로 뽑자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법장 스님 영결식. [중앙포토]

조계종에서 4년 임기의 차기 총무원장 스님을 기존의 선거 방식 대신 합의추대로 옹립하자는 제안이 힘을 받고 있다. 종헌(宗憲) 규정을 뛰어넘은 이런 제안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은 법장 스님의 입적 전후 장기 기증운동 등으로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한층 높아진 국면. 이런 상황에서 규정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상처'가 남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계파.문중 사이의 힘겨루기가 불 보듯 뻔하다. 선거판이 지나치게 과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선거 후유증으로 새 총무원장의 집무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공정하게 선거를 치른다해도 '본전'일 바에야 명예로운 제3의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합의추대에도 문제는 있다. 우선, 종헌에 없는 방식이다. 전례도 거의 없다.또한 계파.문중 사이의 협상과 합의가 꼭 필요하다. 이게 과연 가능할 것이냐는 비관적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에 따라 불교계는 현재 합의추대.선거전 사이의 '이중 기류'가 동시에 형성되고 있다.

관례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도공 스님)는 21일 오후 4시 총무원 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선거 일정을 잡는 등 선거 절차에 들어갔다.

합의추대는 세민 스님(전 해인사 주지)등 유력 인사들이 제안했다. 세민 스님은 법장 스님 영결식을 전후해 "지금 상황에서 선거 대신 불교계 전체가 합의하에 모실 만한 어른 스님을 옹립하는 방식을 연구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합의추대되는 인물은 총무원 원로의원 급의 스님들 이상에서 나와야 하며, 계파들이 충분히 승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큰 원칙이 제기됐다.

합의추대론이 주로 현 총무원 쪽에서 나온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동국대 총장을 지낸 C스님(원로의원)등의 추대가 거론되는 등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와중에 자천타천으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님은 6명 내외로 좁혀진 상태다. 현재 총무원의 서열 2위인 법등 스님(중앙종회 의장), 보선 스님(대흥사 회주), 원택 스님(중앙종회 부의장), 월서 스님(조계종 호계원장), 도영스님(〃 포교원장), 일면 스님(군종 특별교구장) 등이다.

본인의 출마 의사와 상관없이 각 문중의 대표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선거일 이전에 문중의 협상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합종연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적지않은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총무원장 투표권은 중앙종회의원(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별 선거인단(교구별 10명씩 모두 240명)에게 있다.

한편 총무원장 선거일은 10월 31일로 최종 확정됐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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