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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자율화 등으로 학교 담 무너져|사회전체가 교실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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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외금지」와 「교복자율화」 등 일련의 조치에 따라 우리나라교육계는 학교 담이 무너지는 변혁의 시태를 맞고 있다. 사회전체가 교실화 되고 있다. 교육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수 있게됐으며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을 갈라놓던 두터운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은 더 이상 학교 담안에 갇혀있지 않다. 그들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렇듯 변혁의 시대를 맞는 사회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속수무책이라는 점에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또 지금까지 사회교육이래야 일부성인교육에나 관심을 기울였을뿐 사회에서의 청소년교육에는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교육학계의 부진함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학계가 80년대에 줄곧 붙들고 씨름해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변화에 대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더욱 비교육적으로만 치닫고 있는 사회는, 늦기는 했지만 우선 급한 대로 어떤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할까.
연세대 김인회교수(교육철학)는 각지역 단위별로 대규모 청소년 수용시설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물건도 싸게 사고 독서도 할 수 있으며 영화·연극도 관람하고 스포츠나 오락도 즐기며 청소년 전문가로부터 안내나 지도도 받을 수 있는 청소년센터 같은 것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국가가 못세우면 양식 있는 대기업체라도 손써야할 문제라면서 사업성도 있을 것이라고 본 김교수는 청소년을 위한 식당하나도 제대로 없는 판에 『들어가면 안돼』 만 연발되는 교육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교동도 불편한곳에 전시 효과적으로 설치된 공원보다는 싸고 실용적인 청소년시설이 착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김신일교수(교육사회학) 는 「가정교육」 의 강화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인간교육의 토대를 이룬 것은 가정교육이었으며 학교교육은 단지 지식습득에 긴요했으나 오늘날 이런 의미에서의 가정교육은 거의 무너진 상태라는 것. 그러나 어느 학자는 과연 변모된 현대가정이 지금 요구되는 가정교육에 얼마만한 실천력을 보일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또 일반 사회인의 교육관이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은 학교에 전적으로 위임된 것이며 사회가 갖는 교육적 환경의 기능에 대해선 별 관심을 두려하지 않는 태도는 시급히 시정돼야겠다는 것.
이제 학교는 교육의 일부분만을 맡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교실화된 마당에 교육적 환경으로서의 사회를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 것인지 사회인들은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교육에서 묘약은 없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자식 많은 어버이라도 자식 기르는데 자신을 못갖는 이치와 같다. 그만큼 교육정책에선 솔직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된다.
아무런 분비도 예측도 없이 단순한 발상으로 묘방을 찾아 히트 쳐보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처럼 두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학교교육은 인간의 지식 습득량의 3%만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사회가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사회는 문제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대책을 서들려야 할 때라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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