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대화할 수 있지만 자꾸 해제하라면 협상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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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통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한민구 국방부장관, 양승태 대법원장,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대통령에 가림), 박 대통령, 신영철 대법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대통령께서 잘 노력해 북한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절호의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좋은 생각이다. 그런 것 같다.”

 2일 오후 열린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박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문 위원장의 제안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행사 모두발언에서도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5부요인과 여야 대표, 장·차관급 공직자 200여 명이 모인 신년인사회에서도 김정은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5부요인, 여야 대표와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정상급인데 저만 ‘비정상 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와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고 농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박근혜 정부 3년차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큰 틀에선 문 위원장의 건의에 동감을 표했으나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기회이긴 한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북한이 남북 간 당국자 회담을 통해 충분하게 대화를 하고 나서 결실을 얻으려고 해야 하는데, 곧바로 정상회담을 해서 결실을 얻으려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제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신중하게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내각의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고, 어머님·누님 같이 모두를 안고 가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건의도 했다. 둘 간에 오간 대화를 문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박 대통령=“야당도 (대북 문제에) 좀 도와줘야 한다.”

 ▶문 위원장=“야당이 안보와 관련해서 소홀히 한 적 있나.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에서 다 협조했다.”

 ▶박 대통령=“대화속에서 저절로 녹아내릴 수 있는데 (야당이) 자꾸 5·24 조치를 해제하라고 그러면 협상력이 떨어지지 않느냐.”

 ▶문 위원장=“(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가 대화의 전제조건이 돼선 안 된다. 대화 중에도 사과가 나올 수 있다. 너무 몰아치지 말고, 포용력 있게 나가야 한다.”

 듣고 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연말 국회가 편안했던 게 모두 문 위원장 덕분”이라고 거들자 박 대통령은 “그렇죠”라며 맞장구 쳤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기업인 가석방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김 대표는 “세계 경제여건이 굉장히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인들이 좀 힘을 가지고 사기를 회복해 열심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협조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반면 문 위원장이 대화를 주도하면서 김 대표가 소외되는 모습도 연출됐다.

 행사에서 건배사는 “전도양양”이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양의 해를 맞아 제가 ‘전도’라고 하면 여러분은 ‘양양’이라고 해달라”고 건배사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 반기문 총장과 통화=박 대통령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새해맞이 전화 통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통화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 인권 문제,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유엔과 함께 다뤄 나갈 수 있도록 반 총장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해 반 총장이 지지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신용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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