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국가들 여소야대라 대통령이 할 일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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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17일 뉴욕에서 서울로 오는 귀국 비행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치에 대한 자신의 요즘 고민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초반 '연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에) 들어가서 나도 좀 정리하고 여러분도 머리 안 아프게 쉬고 새로 시작하자"며 언급을 피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도 "당분간 연정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당분간'의 의미에 대해선 "정기국회 때"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간담회 곳곳에서 여소야대 국가의 국정 문제점을 거론하며 정치구도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남미 방문 때 멕시코 폭스 대통령의 개혁 이미지 때문에 멕시코가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봤다"며 "그러나 1년 지난 올해는 여소야대인 멕시코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고, 곤경에 빠져 있다는 보고서가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타리카도 여소야대인데 의회가 기득권을 쥐고 있어서 파체코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할 수 있는 부패 청산은 하는데 조세개혁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가 팽팽히 싸운 것 중 제대로 해결된 게 뭐가 있느냐"며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 정치 투명성 등은 명분에서 국민 지지가 있기 때문에 관계가 없지만 그런 것 말고 조세.연금개혁 등이 제대로 풀린 게 뭐가 있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4.30 재.보선에서 패배하기 전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며 "국회와 대통령의 대립 상태가 국정을 풀어가기 좋은지, 총리와 대통령의 대립 상태가 풀어가기 좋은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그는 "중미를 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서구 선진국과 중미 국가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귀국하면 독일.영국.프랑스 등의 정치상황 모델들을 한번 분석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참모, 대사들에게 이런 것을 좀 조사해 보내라고 주문도 많이 해 놓았다"고 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개헌론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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