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이에 창업주 나카우치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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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유통업계의 제왕으로 불려온 다이에의 창업주가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이에를 전후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로 키웠던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사진) 창업자가 지난 19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고베(神戶)시의 한 병원에서 쓰러진 뒤 줄곧 의식불명 상태였다.

1922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난 그는 57년 다이에의 전신인 다이에 약품공업을 설립했다. 이어 의약품.화장품.일용잡화를 함께 파는 '주부의 가게-다이에 약국' 1호점을 오사카 시내에 열어 호응을 얻었다. 자신감을 얻은 나카우치는 '좋은 물건을 더 싸게'란 구호를 내걸고 수퍼마켓을 전국에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마쓰시타전기산업 등 제조업체와 마찰도 빚었으나 '가격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창업 신념을 고수해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호점을 연지 15년만인 72년 유통의 상징이었던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을 제치고 소매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그는 소규모 유통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금융.부동산.호텔에 진출해 한때 2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이 됐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땅값이 폭락하자 다이에 신화는 급격히 몰락했다. 97년 첫 적자를 낸데 이어 2001년 1월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언론들은 "나카우치의 일생은 고도 성장, 대량 소비, 토지 신화 붕괴, 불량채권 등 전후 일본 경제의 흐름과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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