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예인 아니다 독하다 소리 듣고 싶어 … 리우에서 꼭 메달 딸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21·연세대)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인기가 더 치솟은 때문이다. 광고·화보 촬영으로 바쁜 그는 이제 단순한 ‘리듬체조 요정’이 아니라 ‘별에서 온 스타’가 됐다. 손연재를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논현동 그의 소속사 사무실(IB월드와이드)에서 만났다. ‘스포츠 뉴스보다 연예 뉴스에 더 많이 나오는 이 슈퍼스타가 무성의하게 인터뷰에 응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손연재는 칭찬을 받으면 수줍게 웃으며 “아니에요”를 연발했고, 학교 이야기를 할 때는 수다스러워지는 발랄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플, 연예인 논란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의견을 밝혔다. 손연재는 “연예인처럼 비춰지는 게 속상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손연재는 이제 ‘리듬체조 요정’을 넘어 ‘별에서 온 스타’가 됐다. 빼어난 용모로 인기가 치솟으면서 연예인 논란을 빚기도 하지만 손연재는 내년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잘라 말한다. 2015년 양띠 해를 맞아 손연재가 양 인형을 안고 인터뷰를 했다. [최승식 기자]

- 2014년에 최고 성적을 거뒀는데.

 “이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올 시즌 프로그램도 잘 짰고,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준비하겠다.”

 - 벌써 올림픽 생각뿐인 것 같다.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나.

 “올림픽 메달,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를 하고, 실수를 안 한다면 가능하다. 이번 시즌 성적을 보면 메달이 가능할지 윤곽이 나올 것 같다.”

 -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뭔가.

 “아무래도 러시아 선수들이 확실히 잘한다. 점수 자체가 워낙 높다. (러시아 쿼터가 2장이라) 다른 나라 선수들은 3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선수들은 실수를 해도 18점대인데, 난 실수를 하면 점수가 16~17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연습량이 중요하다. 연습할 때도 실전처럼 완벽하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 코치들이 ‘손연재는 외모와는 다르게 독하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다른 선수들은 짐싸서 집에 가는데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 연습을 한다던데.

 “하하. ‘독하다’는 말 좋다. ‘더 독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시즌 때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체육관에 남아 실수한 부분을 집중 연습한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 이번 시즌 유독 강조하는 부분이 ‘여유’와 ‘성숙함’이라고 들었다.

 “외모가 성숙해지지는 않았다(웃음). 코치 선생님이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경험을 쌓은 만큼 여유를 가지라고 강조하신다. 그런 점에서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표현이나 동작에서 여유로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2014년 연기는 2013년에 비해서 훨씬 좋았다고 자평한다. 2015년에는 더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손연재에게 엄마(윤현숙·47)란 어떤 존재인가.

 “감사하고 미안한 존재다. 항상 같이 있어줘서 고마운데, 나한테 모든 것을 투자하니 미안하다. 러시아에서도 엄마가 나를 뒷바라지 해주신다. 나는 훈련하느라 정신 없지만 엄마는 낯선 땅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빠는 자주 못 만난다. 남는 시간엔 재활하러 병원에 다녀야하고, 인터뷰 등 다른 스케줄도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여행도 못가는 형편이다.”

 - 후배들이 ‘연재 언니처럼 되겠다’면서 러시아어 공부까지 한다던데 꼭 러시아에 가야만 성공할 수 있나.

 “리듬체조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훈련시설이 한국에는 없다. 코치 선생님도 부족하다. 그래서 러시아에 가는 게 좋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도 처음엔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그래도 리듬체조로 성공하고 싶다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냥 가서는 안 되고 선수 본인의 의지가 필요하다. 선수 스스로가 ‘어떻게든 끝을 보겠다’는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은퇴한 뒤 능력이 된다면 후배들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싶다. 러시아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배웠다. 그런 훈련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한국에 리듬체조 전문 체육관도 세우고 싶다. 이름은 ‘손연재 체육관’?(웃음)”

 - 리듬체조 선배 신수지(24)와 김윤희(24)는 은퇴한 뒤 각각 볼링, 사격에 도전하고 있는데.

 “리듬체조는 2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기에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종목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은퇴한 뒤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전공을 생각해본 건 아니다.”

 - 벌써 대학교 3학년(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이 되는데.

 “대학교 들어와서 연·고 정기전이 제일 재미있었다. 시즌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면 연·고전이 열린다. 나도 똑같이 대학생으로 우리 과의 일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학교의 상징색인) 파란색이 좋아질 정도다(웃음).”

 - 대학생활은 어떤가.

 “미팅은 못 해봤다. MT도 못 가봤고. 친구들과 술집엔 가봤다. 내년 리우 올림픽이 8월에 끝나는데 돌아오자마자 바로 9월 학기에 시작된다. 내년 9월부터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교수님들이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하시더라.”

 - 학점은 어느 정도인가.

 “재미있는 과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도 있다. 교양수업에선 발표도 해봤다. 사실 내가 자료조사를 하고 문서를 만드는 건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발표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과목 학점이 썩 좋진 않았다(웃음). 학점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중간 정도 한다. 중간·기말시험은 꼭 보려고 노력한다. 학교에 못 갈 때마다 결석계를 내고, 시험을 못 보면 과제로 대체한다.”

 - 운동선수인데 연예면에 기사가 실릴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를 좀 받는다. 스포츠 이외 분야에서 관심을 받는 건 어색하다. 마치 연예인처럼 비춰지는 것도 속이 상한다. 팬들도 내가 운동선수인지 연예인인지 헷갈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분명히 운동선수다.”

 - 용모가 예뻐서 관심을 받기도 하고, 스타일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예쁜 것은) 아니다(웃음). 사실 패션에도 큰 관심이 없다. 스타일리스트들이 다 예쁘게 꾸며준다. 평소에는 거의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친구들이라도 만나야 평상복을 입는데 그마저도 (스타일리스트가) 평소에 골라준 것들을 입는 편이다.”

 -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딴 뒤 ‘악플’ 줄 었나.

 “메달을 땄는데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메달이 없다’ ‘실력이 없는 선수다’는 댓글이 많이 달려 힘들었다. 실력으로 보여주려고 했지만 역시나 똑같다. 세상에는 날 좋아하는 사람,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제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내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게 답인 것 같다.”

 - 2015년 계획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겠다. 런던올림픽 이후 2013년엔 마인드 컨트롤을 제대로 못한 탓에 부진했다. 이제 다르다. 올해는 쉬어가는 해가 아니라 올림픽으로 가는 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손연재는 …

●생년월일 : 1994년 5월 28일

●체격 : 1m66㎝, 46㎏

●혈액형 : AB형

●가족 : 손동수(52)·윤현숙(47)씨의 외동딸

●학력 : 서울 세종초-광장중-세종고-연세대

●수상 경력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 금·단체 은
2014 리스본월드컵 개인전 금
2012 런던올림픽 올림픽 개인종합 5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 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