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화물연대 운송거부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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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정부와 일부 쟁점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을 계속 거부키로 결정해 부산항 마비와 이에 따른 '무역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고건(高建)총리가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한 공권력 행사 방침을 밝히고 나서 화물연대와 공권력의 충돌도 예상된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로 수출 차질 등에 따른 대외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것을 고민하고 있다.

◆운송거부 강행 결정=화물연대 부산지부는 12일 오후 부산대 학생회관에서 회원 2천1백25명이 참가한 가운데 운송거부 철회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 9백77명, 반대 1천1백4명, 무효 44명으로 운송거부 강행을 결의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새벽 정부와의 협상에서 일부 쟁점 사항에 대해 합의한 뒤 회원 투표를 거쳐 화물운송 거부 여부를 최종 결정짓기로 했었다.

◆정부 대응=고건 총리는 12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 공권력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高총리는 담화문에서 "정부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결의했다"며 "정부는 이에 따라 화물 비상수송대책 집행 방해 및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해 엄정히 공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高총리는 또 "부산항과 의왕 내륙화물기지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임시 화물열차를 하루 2백30량으로 늘리고 운송회사 직영차와 자가용 화물차 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상 바지선을 이용, 컨테이너 화물을 이동하는 방안과 군 장비.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상 수송수단 확보와 부산항 치안질서 유지 등을 위해 30개 기동중대 6천여명을 부산시 일원에 배치했으며 추가 투입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합의 내용=정부와 화물연대는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서울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밤샘 협상을 벌여 6개항에 합의했다. 경유세 인하와 근로소득세제 개선, 노동 3권 보장 등에 대해선 13일 오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한편 화물연대와 전국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연합회는 운송료 인상 방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추진키로 하고 이날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부산항 마비=화물연대 회원들의 운송거부가 나흘째 계속되면서 부산항 부두에는 선적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가득 들어차 있고 수입화물의 반출도 거의 안되는 등 '무역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이날 반출입 물량은 평소의 6.9%에 불과했다. 이날 부산항 8개 컨테이너부두에서 선적을 하지 못한 화물이 평균 30%를 넘는 것으로 선사(船社)들은 집계했다.

광양항의 반출입 물량도 평소의 10% 이하였다.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과 환영철강의 철강제품 반출도 엿새째 중단됐다.

부산=강진권 기자, 이수호.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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