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옷차림…일단은 "안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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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학기를 맞아 시작된 중·고교생의 교복자율화 첫주. 각 학교캠퍼스는 아직은 어색한 모습이 많지만, 간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어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 지나친 겉치레를 염려하던 학부모와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그들의 차림은 일단『합격』. 오히려 지나치게 충충한 빛깔 일변도라 색상교육을 시켜야할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고교생들의 평상복차림은 크게 남녀의 구별없이 바지와 점퍼 또는 반코트차림이 대부분이었다. 그밖에 여학생은 주름스커트에 재킷, 그안에 블라우스나 스웨터를 입는 정도. 남학생들도 재킷에 바지, 스웨터를 입은 차림이었다.
옷색깔은 남녀학생 모두 진바지를 즐기는 만큼 짙은 블루와 감색·베이지·갈색등 때가 잘타지 않으면서도 무난한 빛깔이 많았다. 그밖에 크고 작은 체크무늬와 작은 줄무늬. 옷감은 방수처리가된 면개버딘·진·고르덴·합섬모직등.
이번 학기부터 시작되는 복장자율화를 앞두고 지난해 10월께부터 강연회·가정통신문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교육을 실시해왔다는 경기여고 학생주임 김정자교사는『대부분 학생들이 예상밖으로 눈에 벗어나지 않는 빛깔과 스타일의 검소한 차림이었다』고 얘기한다.
오히려 옷색깔이 너무 우중충하고 스타일도 너무 틀에 박힌 차림이 되지않도록 색상지도등의 교육을 해야할 것같다는 의견.
각학교들은 복장과 두발자유화를 맞아 나름대로의 규제규정을 두고 관심깊게 학생들의 차림을 관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값비싼 고급옷은 물론 지나치게 눈에 두드러지는 색깔, 번쩍이는 금빛·은빛옷은 금하고있다.
의상단가를 2만원 또는 1만원이하로 규정한 학교도 있고, 굽이 5cm이상인 구두나 부츠·액세서리도 금지되어있다. 퍼머나 염색도 금지조항. 등을 덮는 여학생의 긴머리는 일단 땋거나 묶도록한 학교도 있다. 값비싼 유명상표 운동화를 금한 학교도 있다.
정신여고3학년 최영애양은「우리 학교가 서울시 교육위원회 교복자율화시범학교로 선정되어 지난해 10월부터 평상복을 입어왔는데 자유롭고 편안해서 좋다』고 한다.
최양의 어머니 박삼선씨(서울 강동구 잠실5동) 또한『교복을 입고 다닐때도 어차피 사복을 마련해줘야 했으니만큼 오히려 2중으로 돈이 들지않아 좋다』고 말한다. 또 어머니옷, 언니의 옷을 물려받아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
한편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아들을 가진 김혜숙씨(서울 성북구 미아동)는『아이들이 유명메이커를 더잘 알아 싼옷을 사주기가 어렵다. 오래두고 입을 것을 찾다보니 일류 메이커를 찾게되는데 너무 값이 비싸 힘든다고』한다.
세일을 이용했는데도 품질을 염두에 두다보니 코르덴바지가 1만5백원, TC점퍼가 2만원, 직재킷은 5만원 가까운 액수를 지불케되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완전자율화가 아니라 겉옷색깔이나 모양등은 학교별로 지정해주고 기후등에 따라 스웨터나 블라우스등은 자신이 선택하여 변화를 주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편다.
대체로『합격』이라고는 하지만 교복자율화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 또한 없지 않다.
이른바 부촌으로 알려진 고급아파트촌의 학교와 변두두리지역 학교 학생들의 차림이 눈에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교복자율화로 친구의 옷과 자신의 옷을 비교하며 새옷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딸의 등쌀에 못살겠다고 푸념하는 주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현상은 학교의 끊임없는 지도와 학부모들의 각성, 그리고 학생교육으로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패션 디자이너 김희자씨는『복장자율화로 남녀학생 모두가 일률적으로 점퍼나 블루진바지등 스포틱한 옷만을 입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즉 아직까지의 교복은 그 분위기만으로도 단정한 몸가짐과 예절을 필요로 했던 옷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단정한 주름치마와 재킷등으로 차림새에 따른 예절과 마음가짐도 함께 배워야할것이라는 의견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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