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비너스' 즐거운 한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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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 최고의 여자테니스 스타들이 서울에서 대결했다. 올해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와 세계랭킹 1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의 '현대카드 수퍼 매치'.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만큼이나 수퍼스타의 움직임은 매혹적이었다. 가랑비가 간간이 내리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코트는 '테니스 디바'들의 현란한 라켓 대결로 수 놓였다.

▶ 샤라포바(左)가 서비스 리턴을 위해 볼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모습. 윌리엄스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포핸드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샤라포바의 플레이는 매력으로 가득했다. 옅은 푸른색 바탕에 노란색 라인으로 마감한 원피스 유니폼이 치렁치렁한 금발과 잘 어울렸다. 공에 에너지를 실어 보내기 위해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특유의 기합 소리는 자주 듣기 어려웠지만 얼굴 가득 불타는 투지는 위성중계로 보던 화면 속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등이 터진 보라색 원피스 유니폼을 착용했다. 시종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지지 않겠다는 투지가 샤라포바와 다름없었다.

웃으면서 코트에 들어선 두 스타였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특히 샤라포바는 선심의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7월 윔블던 4강전에서 윌리엄스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려는 의지가 굳어 보였다. 경기는 윌리엄스가 세트스코어 2-0(6-4, 6-4)으로 이겼다. 한국 관중은 지난해 한국에 정을 듬뿍 들이고 간 샤라포바에게 많은 응원을 보냈지만 윌리엄스가 서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 후 샤라포바는 "반발력이 큰 슈프림코트라 서브가 굉장히 빠르게 느껴졌다. 서브 앤드 발리가 중요했는데 서브가 안 좋았고 대신 비너스의 리턴이 좋았다"고 말했다. 비너스는 "스핀 서브 등 여러 가지 변형된 서브를 넣었는데 효과적이었다. 다음에는 동생 세레나와 한국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편 윌리엄스와 샤라포바는 상금으로 각각 받은 2만 달러와 1만 달러 전액을 보육시설인 상낙원에 기탁했다.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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