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든데 연정 타령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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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접한 추석 민심은 매서웠다. 특히 대연정 논란 복판에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연정에 대한 거부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당장 귀향 활동을 하고난 신중식(전남 고흥-보성)의원은 "곧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겠다"면서 민주당 입당 의사를 내비쳤다.

◆ "연정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노무현 대통령이 불붙인 대연정에 민심의 반응은 거부감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지역 구분도 없었다.

우원식(열.노원 을)의원은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말라'면서 말을 중간에 자를 정도"라고 했다. 우 의원은 "지난해에도 정부 여당이 좋은 소리 못 들었지만 올해는 더 안 좋았다"고 말했다. 유선호(열.장흥-영암)의원은 "한나라당과 손잡겠다는 대통령의 연정 제의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면서 "지역을 돌아보니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겠더라"고도 했다.

노웅래(열.서울 마포 갑)의원은 "무슨 놈의 정치가 국민 머리만 아프게 하느냐. 알아듣기 힘든 말 좀 그만하라'고 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쓴소리를 들었다. 황우여(한.인천 연수)의원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라' '중심을 잡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정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해 밖에 나가기를 주저했다"고 했다. 권철현(한.부산 사상)의원은 "한나라당도 국민에게 희망을 못 준다고 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 "먹고살기 너무 힘들다"=민생 현장의 체감 고통지수는 의원들의 예상을 웃돌았다. 연휴 기간 중 시장통을 돌았다는 김기현(한.울산 남을)의원은 "물어보는 내가 오히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할 테니 정치나 잘하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문병호(열.인천 부평 갑)의원은 8.31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세금이 더 느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신학용(열.인천 계양 갑)의원은 "정부 여당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고도 했다. 민주당 이상열(목포) 의원은 "재래시장을 돌았는데 10명 중 7명이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 했으며, 민주노동당 조승수(울산 북) 의원은 "먹고살게 해달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의원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큰 소리 안 내고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촌장이 '일단 뭘 좀 배불리 멕여야지'라고 답한다"며 "올 추석 민심은 한마디로 연정이든 뭐든 일단 먹고 살게 해 준 뒤 떠들라는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김정하.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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