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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빼고 … 대통령과 친박 7인 만찬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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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송년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렸다. 친박계 중진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김무성 당대표를 겨냥해 “당내에서 많이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문종·김태환·유기준·서청원·이주영·서상기 의원. [김경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근혜계로 꼽히는 7명의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이 회동 뒤 친박계 인사들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본격적인 공격을 하고 나서 여권 내부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 모임을 한 인사들은 서청원 최고위원(7선), 정갑윤 국회부의장(4선), 김태환·서상기·안홍준·유기준 의원(이상 3선) 등이었다. 현역 의원(3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만찬은 대선 승리 2주년 기념일인 지난 19일 열렸다.

 최 부총리를 포함한 7명의 중진은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회동한 19일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린 날이었다. 참석자들은 대선 승리 2주년을 짧게 자축한 뒤 각종 정치 현안과 시중의 여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회동에선 집권 만 2년도 안 된 시점에 친박계가 당내 비주류로 치부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는 30일 “회동에선 ‘대통령 취임 1년 반 만에 친박이 비주류가 돼 버렸다. 주요 당직이 비박계로 채워졌다. 그러니 당·정·청 소통이 안 된다’는 걱정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앞에서 김무성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는 얘기였다. 다른 참석자는 “경제 살리기 등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인데 법안 처리가 너무 늦는 등 국회가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말했다고도 했다.

정무 기능의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조윤선 정무수석이 잘하고 있지만 정무 기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무장관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한 대통령에게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오후 6시쯤 시작된 만찬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세 시간 동안 계속됐고 9시쯤에야 끝났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 청와대 회동 뒤 친박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22일과 29일 최고위원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김 대표를 겨냥해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인에 대한 가석방과 민생사범에 대한 사면도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 등은 30일에도 서울 여의도의 중식당에서 모였다.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 강화 포럼’의 송년 오찬 모임이었다. 40여 명이나 모였다. 모임에선 김 대표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포럼의 총괄간사인 유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재선)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92%의 ‘득템(얻는다는 의미의 인터넷 은어)’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꼬집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내년엔 더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동에서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을 “일방적”이라며 거듭 비판했다고 한다.

 친박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섬에 따라 당내 친박-비박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회동의 한 참석자는 “아무리 숫자가 줄었다고 해도 친박계는 당의 주류로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며 “회동 이후 의원들 사이에 친박 의원들의 소속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친박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친박 인사의 비공개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업무 외 일정인 만큼 회동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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