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살린 돼지 등심, 입맛 살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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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기맛은 단백질 사이에 지방 성분이 얼마나 고루 섞여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마블링이다. 지방 함량이 10% 이상일 때 나오는 맛을 한국인이 좋아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에서는 삼겹살과 목심이 구이용으로 주로 쓰인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삼겹살은 가격이 치솟지만, 지방이 적은 다른 부위는 남아돈다.

 이같은 여름철 삼겹살값 폭등 걱정을 덜어줄 새로운 돼지 품종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개발한 ‘난축맛돈’(사진)이 그것이다. 제주 재래돼지를 개량해 만든 것으로 등심의 지방 성분이 평균 10.5%(일반돼지는 3%)에 이르는 게 특징이다. 현재 각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보다 구이용으로 쓸 수 있는 부위가 더 많다는 뜻이다. 농진청은 이 난축맛돈을 전국에 보급해 해마다 300억원에 이르는 돼지 종자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난축맛돈을 비롯한 ‘올해의 농업과학기술 100가지’를 29일 소개했다.

 올해의 기술 중엔 꿀벌의 한 종류인 뒤영벌의 대량번식도 포함됐다. 뒤영벌은 원래 땅 속에 사는 야생벌이다. 농진청은 온돌방의 원리를 이용해 온도조절을 하면서 여왕벌이 낳는 알의 수를 10% 이상 늘렸다. 또 산란장 설치비를 75% 절감하는 효과도 냈다. 농작물 수정에 뒤영벌을 이용하면 노동력 절감은 물론 생산성 향샹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다. 이를 통해 연간 70억원의 뒤영벌 대체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종 오리 종자를 업그레이드한 ‘우리맛오리’도 있다. 기존 토종 오리보다 무게가 6% 더 나가고, 일반 오리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높다. 케이크 장식용 꽃사과 ‘데코벨’도 개발했다. 무게 23g의 작은 사과로 짙은 빨간색이 하얀 케익과 조화를 잘 이룬다. 데코벨은 꽃사과 중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껍질째 먹는 씨없는 포도 ‘홍주무핵’도 성공작이다. 이양호 농진청장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개방화에 대응할 우리 농업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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