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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업가 정신이 희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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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재계 리더들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선진국 부활과 중국의 추격이라는 신(新) 샌드위치 시대의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박용만(59)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선배 기업인의 도전 정신에 합리적 의사 결정, 창의와 협업의 정신을 결합해 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근원적인 경쟁력 강화, 경영 관행과 기업 문화의 선진화를 통한 기업 체질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2015년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귀중한 골든 타임”이라며 “기업은 소명감을 갖고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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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66) 전국경제인연합회장도 “불확실성 속에 숨겨진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라며 “기업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장들은 팀 플레이도 강조했다. 기업·정부·정치권이 함께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허 회장은 “정치권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 달라”며 “2015년은 모든 경제주체가 갈등과 반목 대신 대타협을 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 수장들이 기업가 정신을 다시 강조하는 것은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도전을 주저한 채 움츠러들고만 있다. 대한상의의 기업경기 전망지수는 내년 1분기가 83이다.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올해 2분기 111을 기록한 후 줄곧 내리막이다.

 돌파구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생각이 같다. 한국경영학회가 경영학자 2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8월)에서 절반(47.4%)이 지속 성장의 과제로 기업가 정신 회복을 꼽았다. 한경연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5월)에서도 42%가 “성장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도전 정신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자가 진단한 기업가 정신은 D학점(69.8점)이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지 못하는 제도·경영 환경은 금쪽같은 기회를 날리기도 한다. 지난 10월 기업가 정신 주간 콘퍼런스에 나온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크린 위에 둘씩 짝지은 기업 로고를 띄웠다. 최초의 인터넷 전화라 할 수 있는 다이얼패드(새롬기술)와 현재 인터넷 전화의 최강자인 스카이프가 첫 번째 짝이었다. 한국의 싸이월드와 미국의 페이스북이 뒤를 이었다. 손 교수는 “10여 년 전 벤처 붐 때 이런 원천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도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씨를 뿌리고 도전하는 기업이 적고 이를 북돋는 노력이 없다 보니 성공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5년(2008~2012년)간 중견기업 2505개사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단 두 개뿐이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은 50개 업종에 분포해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10개 업종에서만 이름을 올렸다. 항공우주·제약·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에선 아예 없다. 반면 주요 10개국은 평균 17.5개 업종에 걸쳐 세계 500대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신 기업가 정신이 꽃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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