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의 편성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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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방부는 올해를 예비군훈련의 혁신과 기강확립의 해로 정하고 예비군 편성 및 훈련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조리를 과감히 척결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부조리 척결작업은 예비군창설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서 그동안 예비군은 후방의 산업시설방어를 위한 동원과 교육훈련에 큰 공헌을 하긴 했으나 은연중에 편성과 훈련을 기피하는 풍조가 없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번 부조리 척결기간 중에 고의적으로 예비군편성을 기피하거나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서도 교육에 불응하는 사례를 적발, 향토예비군 설치법에 따라 엄중히 다스리기로 했다. 따라서 6월l일부터는 예비군 범법자에 대한 검거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그에 앞서 4월부터 두달동안 신고기간을 설정, 예비군훈련 기피자의 자진신고를 받기로 했다.
예비군 부조리의 대종은 아예 편성을 기피하거나 편성이 됐더라도 갖가지 방법으로 교육훈련에 불응하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간간이 이같은 부조리가 당국에 적발돼 예비군간부와 장정이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왜 우리가 예비군의 편성과 교육을 중요시하는가는 익히 알려져 왔다.
향토예비군은 1968년 북괴 특공대의 청와대기습사건이후 창설됐다. 북괴는 아직도 이 같은 후방기습능력을 가진 특공대를 10만명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미 의회에서도 거론됐다.
미국무성의 「폴·울포위츠」차관보는 어제 하원의 대외군사원조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같은 북괴의 특공대를 「세계최대의 비정규전 특수병력」이라고 지칭했다.
뿐만 아니라 북괴는 연간 5백 시간의 전투훈련을 받는 노동 적위대를 편성하고 있는데 이는 말만 예비병력이지 교육내용과 장비는 실질적으로 정규군과 다름없다.
이에 비해 우리 예비군은 연간 84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전쟁준비에 광분하는 저들에 비해 우리의 체제는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소한의 교육시간을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군은 기본성격상 교육에 앞서 편성이 중요하다. 일단 유사시에 대비하는 인원이 어디에 소재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동원될 수 있는가를 사전에 조직해 놓는 일이다. 북괴처럼 주민의 생업을 무시하고 전투훈련에 내모는 일은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훈련 못지 않게 편성과 조직이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
결국 이같은 최소한의 대비책에나마 협조하지 못하는 국민은 지각이 없다고 봐야한다. 일단 예비군에 편성돼 교육을 받더라도 생업에 지장을 주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얼마든지 교육시간의 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예비군조직의 장점이다.
예비군의 편성과 교육을 귀찮고 짜증나는 일로만 여길 수는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갈수록 미묘해 지고있다.
무엇보다 남북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북괴의 태도에서 우리는 잠시동안의 허점이라도 노출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
군복무를 끝냄과 동시에 병역의 의무도 끝나면 물론 좋겠지만 우리의 사정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로 생각하기에 앞서 최소한 예비군편성에 호응하고 교육시간에 성실히 출석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일 것이다.
당국도 예비군훈련의 지역적 특수성을 살려가며 교육대상층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교육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젊은이의 자진참여를 유도해야할 것이다. 연간 84시간의 짧은 교육시간이나마 국민들이 보람된 일로 여기도록 당국의 진지한 배려가 곁들이면 예비군의 부조리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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