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27불 시대가」가 오면-사우디 경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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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적인 석유가격 인하 경쟁의 상황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차 OPEC(석유 생산국기구)의 지도자적 지위와 아랍 세계속의 중심적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 OPEC석유상 회의가 결렬된 후 까지도 배렬 당 34달러 선을 고수해오던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북해 및 나이지리아산 석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짐에 따라 하루 약4백50만 배럴씩 생산량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 실점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역흑자는 석유생산량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의 절반인 4백억 달러로 줄었으며 이로 인한 경상수지는 전년의 4백51억 달러의 13분의1인 35억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중에서 투자 수익만이 81년의 1백5억 달러에서 82년에는 1백10억 달러로 약간 올라 이 나라의 유일한 안정수입이 되고 있다.
82년 현재 대 외자산 잔고는 약 1천6백억 달러로 쿠웨이트와 비슷한 규모.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부족 현상을 빚게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이란과의 장기전쟁을 치르고있는 이라크에 대한 재경지원 때문.
승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지루한 전쟁에 사우디아라비아는 80년 가을이래 약3백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을 부담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같은 소비전에 따른 자국의 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슬람 국가 회의 등을 통해 양국의 화해 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진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금년 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황태자를 특사로 하여 이란을 지지하고 있는 시리아를 끌어내 시리아와 이라크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이라크-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3국 수뇌회의 개최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실현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셈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화해에 따라 시리아 영토를 경유하여 지중해로 이어지는 이라크 원유 파이프라인 (하루 송유 능력 약 1백만 배럴)을 다시 가동함으로써 자국의 재정 부담을 얼마큼이라도 경감시켜 보려는데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윈유 판매 수입이 줄어든 반면 지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경제 체제마저 크게 흔들려 내년에는 약 2백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있기도 하고「파하드」국왕 자신도 최근 시간과 자금의 낭비를 막도록 엄중 지시하는 한편 성급한 경제개발도 피하도록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와 함께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 폭을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 계속 생산량 감축 정책을 써나감으로써 국제금융 불안을 피하고 대외 자산의 보전을 도모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들이 재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개발 계획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해 지는 것은 물론 석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발 철학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동양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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