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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blog] 세상을 바꾼다 '당찬 미셸 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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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골프는 공을 멀리 치는 게임이 아니라 적은 타수로 홀에 넣는 게임"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골프 천재' 미셸 위(15.한국이름 위성미)의 장타를 헐뜯은 말이죠. 발끈한 미셸은 "나는 (소렌스탐처럼) 많은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 상식을 깨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받아쳤습니다.

기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이 철없는 소녀의 실현성 없는 꿈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미셸 위는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왕립골프협회(R&A)는 내년 1월부터 아마추어 선수들도 식사.숙박.교통.출전비 등 대회 출전과 관련한 제반 경비를 후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엄격한 미국의 아마추어리즘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손에 돈을 잡으면 안 됩니다. 현대 스포츠의 현실과 맞지 않지만 미국 스포츠계는 이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에 집착하는 USGA와 R&A가 이 원칙을 깼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가난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부잣집의 자제들과 겨룰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것이 명분입니다. 그러나 골프계는 규칙 개정의 이유가 미셸 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셸 위가 아마추어로 남게 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미셸 위가 나오는 대회와 나오지 않는 대회는 중계권료와 티켓 판매 등에서 천지 차이입니다. 미셸 위가 프로로 전향하면 USGA가 개최하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 US주니어아마추어챔피언십 등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미셸 위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화는 또 있습니다. 미셸 측은 프로 전향을 위해 에이전트 계약을 추진하면서 '노 커미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입니다. 에이전트에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미셸의 에이전트라는 사실만으로도 유명해져 다른 선수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미셸 위 측의 얘기라고 합니다. 타이거 우즈의 매니지먼트사인 IMG와의 협상을 위한 카드인지, 정말 그런 의도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실제로 많은 에이전트사가 이 전례 없는 조건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셸 위가 바꾸려 한 것이 이런 변화는 아닐 테지만 미셸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국 스포츠계는 바뀌고 있습니다. 남성의 벽에 도전하는 미셸의 높은 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역시 대단한 미셸 위입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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