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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꽁꽁' 최대성 국제스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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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루 쪽 한국 더그아웃 철망에 대형 태극기 세 개가 붙여졌다. 50여 명의 교민이 목청껏 외치는 "오~필승 코리아"의 함성도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선수들의 눈빛도, 몸짓도 달랐다.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었다. 경기 전부터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교민들도 모두 하나였다.

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다름 아닌 '조국'이라는 두 글자였다. 하나로 뭉친 그들은 열세라는 예상을 비웃듯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야구에서 월드컵 4강신화를 다시 썼다.

한국이 15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벌어진 제36회 야구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을 5-1로 꺾고 7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A조 4위가 B조 1위를 꺾은 것이다. 한국은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올라온 홈팀 네덜란드와 17일 대망의 결승 진출을 다툰다.

선발 최대성(롯데.사진)의 빛나는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이 만들어낸 통쾌한 승리였다.

최대성은 최고 구속 151㎞의 빠른 공을 앞세워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고, 타자들은 찬스 때마다 적시타를 때려내 일본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일본은 네 명의 투수를 동원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하나로 뭉친 한국이 더 강했다.

한국은 2회 초 김상현(상무)이 일본 선발 사카모토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때려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정상호(상무)의 중전안타와 정보명(상무)의 2루타, 그리고 윤석민(두산)의 적시타가 이어져 3-0으로 내달았다. 최대성이 3회 말 1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한국은 8회 초 2점을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 윤석민이 일본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하자 1사 후 유재웅(상무)이 좌전안타로 뒤를 받쳤고, 2사 1, 2루에서 박정권.김상현(이상 상무)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렸다.

최대성은 8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9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이 성인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꺾은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이며 최근 5연패의 아픔도 깨끗이 씻었다.

대회 9연속 우승을 노리는 쿠바와 예선에서 한국에 1패를 안겼던 파나마도 각각 미국과 니카라과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에인트호벤=이태일 기자

최대성은 누구
구대성 이어 일본전 '대성불패' 이어가

이번에도 '대성불패'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구대성(뉴욕 메츠)이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세이부 라이언스)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그는 일본 킬러의 명성을 이어가며 '대성불패'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 '일본전 대성불패'의 전통을 스무 살의 청년 최대성이 이어갔다. 지난해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프로 2년차 최대성은 이번 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지만 듬직한 배짱과 뛰어난 구위를 앞세워 한국을 4강으로 끌어올렸다.

1m82cm.81㎏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최대성은 결승토너먼트 진출의 고비가 됐던 중국전에서 7회까지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냈고, 대회 탈삼진 부문 1위를 기록해 일약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최대성은 "이닝을 시작할 때마다 마운드에서 차분히 던질 수 있도록 기도했다. 그 기도가 큰 힘이 됐다.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모처럼 큰 선물을 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대성은 "중국전보다 컨디션이 좋았고, 일본 타자들을 비디오로 분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프로야구 롯데 마운드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 최대성은 아직 프로에서 1승을 올리지는 못했고, 올 시즌 2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방어율) 2.86을 기록했다. 대회 직전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팀에 합류했으나 일약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에인트호벤=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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