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쓴 귀여니 첫 작품 '도둑 대 도둑' 11월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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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멋있었다''늑대의 유혹' 등으로 유명한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본명 이윤세.20.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휴학)가 연극계에 도전한다. 국립극단 주관으로 11월 열리는 '제1회 명작 코미디 페스티벌'에 그의 첫 희곡 '도둑 대 도둑'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다. 그녀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1년 예정으로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는 그녀를 15일 만났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발랄한 여대생이었다.

어떤 작품이냐는 물음에 "바람난 여성과 그의 정부가 공모해 남편을 살해하고 옆 마을로 피신하죠. 근데 이들을 귀찮게 하는 어리바리한 도둑이 등장합니다. 그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사건을 코믹하게 풀어가는 내용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되고,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까지 끌어 한류 스타 작가로 떠오른 그녀가 왜 오프라인 작품에 도전하게 됐을까.

"지도교수인 정진수 선생님이 지난해 말부터 희곡을 한편 써보라고 하셨어요. 유쾌하고 재미있는 걸로요. 막상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캐나다에서 시작했죠. 현재 초고가 완성된 정도예요."

또 '귀여니'란 멍에를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윤세란 본명으로도 글을 쓰고 싶은데 팬들은 여전히 귀여니로만 활동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여전히 저의 글을 '작품'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같아요.'그렇다면 한번 보자구' 이런 마음도 있었죠. 어른들이 원하는 걸 한번 제대로 폼나게 해보려고요. 그 다음에 제가 쓰고 싶은 걸 해도 늦지 않을테니까요."

인터넷 소설과 희곡의 차이는 어떻게 느꼈을까.

"인터넷 소설은 그냥 혼자 내키는 대로 쓰면 되잖아요. '왜''어째서' 이런 게 있으면 식상하다고 싫어하죠. 그런데 희곡은 전체적인 구성과 시간 배분, 극적 긴장감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논리가 필요한 것이죠."

바로바로 나오는 대답이 명쾌하고도 야무졌다. 젖살이 아직 빠지지 않은 듯한 얼굴, 콧소리가 배어 나오는 어린 말투였지만 속은 꽉 차 보였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황석영 선생님,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죠. 그렇다고 제 글이 소설이 아니라고 폄하하는 것도 지나친 엄숙주의 아닌가요. 다양성을 존중해 줄 때 창의적인 작품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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