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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운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물건을 구임하기 위해 2, 3일에 한번씩 포니 픽업을 운전하여 부산에 있는 새벽시장엘 간다
어둠을 달려 시장에 오면 각 처에서 물건을 사러 은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시장 입구는 주차장시설이 부족해서 어쩔수 없이 무만 주차를 할 때가 많다.
오늘도 나는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어 마땅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 셔터 문이 굳게 닫힌 가게가 있어 살그머니 그 앞에 차를 세웠다.
날이 밝아 가게문을 열기 전에 열론 물건을 실어야지 하며 급하게 이것 저것사 모아서 단골 아저씨의 리어카에 실어 먼저 보냈다.
날은 차차 밝아오고 마음은 조급한데, 리어카 아저씨가 저 만큼에서 나를 부른다 『양산 아지매요, 얼른 와 보소 집 앞에 차를 세웠다고 짐도 못 싣게 하고 난리 났심더』
나는 이제 혼이 나겠구나 하는 심경이 되어 급히 달려갔다.
가게 앞에는 남자 서넛이 시퍼렇게 화가 나서 운전사를 찾고 있었다. 그 곳은 각종 마른 김을 경매하는 집이었는데, 내 차가 입구를 떡 가로막고 있으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강사를 못할 지경이었다.
막상 옆에 가긴 했으나 사과할 엄두도내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임을 열었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곧 차틀 빼드릴깨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여기에 차를 세우지 않겠어요.』
그들은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운전사만 찾고 있었다.
『아줌마는 필요 없소 운전사 녀석이나 데려 오시오 요녀석 오기만 해 봐라』그러자 리어카 아저써가 『이 아지매가 운전사라오』라고 했다 그들은 의외라는 듯『아줌마가?』라고 되묻는데, 말씨가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나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들은 『허-』하고 웃었다. 조금 전의 살벌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친절했다. 그들은 후진하는 차 뒤를 봐주기도 하고, 조심해서 가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돌아오는 찻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남녀평등을 부르짖는다 해도 남성에게는 본능적으로 여성을 보호하려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 여성들은 그들의 그런 의식 속에 살고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 아닐까하고. 고금란<경남 양산군 양산읍 북부동 490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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