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결핵환자들에 삶의 희망을…서울 베데스다교회 한영성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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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든 신앙의 기본자세는 입과, 머리의 종교가 아닌 손과 발의 종교여야 합니다. 종교의 사회구원은 해박한 미사여구의 설교나 교리해석보다는 현실속을 뛰는 살아있는 신앙의 실천에서 그 참모습을 실감할 수있읍니다.』
서울시립 서대문병원 원목으로 6년째 무의무탁한 절망의 결핵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며 삶의 희망을 일깨워오고있는 베데스다교회의 한영성목사(42)-.
한목사의 목회현장은 한마디로 그 「진하다」는 핏줄도 아랑곳 없이 부부와 형제자매의 인연이 몰인정하게 단절되기도 하는 비극의 빈민 결액환자촌이다.
병원 4개 병동을 메운 3백20여명의 빈민결핵환자와 3년동안의 무료치료기간이 끝나 자동퇴원한 병원뒷산 토굴속의 퇴원환자 3백50가구가 바로 그의 복음 가족이다.
이들 입원환자는 양로원·갱생원·부녀보호소·모자원·고아원 등에서 온 의지할데 없는 법정 3급 전염병의 중환자들-.
혹시 가정이 있다해도 「옐로카드」를 가진 1급 구호대상자들이다.
차라리 복음전도보다는 칫솔 한개, 비누 한장을 갈구하는 딱한 요구호대상자들인것이다. 그래서 한목사의 베데스다교회는 다른 교회같은 「주일헌금」은 상상할수도 없고 그의 월급조차도 타교회의 지원을 받는다.
『영양결핍의 급식에 독한 약을 투여, 년 입원환자의 20%가 위장병등의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합니다. 환자들중에는 마가린 한덩이를 사서 뜨거운 국에 타먹기위해 병원에서 주는 약을 반만 먹고 반은 밖에다 팔기도 해요.』
한목사는 이같은 절정의 환자들을 위해 유명 제화회사를 찾아가 현 구두를 얻어왔고 다른 교회들을 통해 내복·헌옷을 구해다 나누어주기도한다.
이 병원구내의 베데스다교회는 1961년 장로교감리교·성켤교가 교파를 초월, 특별선교용으로 세운 결핵환자교회-.
한목사의 시무는 지난개년초 순천 장천교회시무중 교단(예장통합) 총회의 전보사령을 받고 부임하면서 부터였다.
그는 병원입원 3년동안 단돈 10원도 가져다 쓸수없는 딱한 환자들의 실정과 부인과 남편, 형제가 있어도 한두번 면회를 오다가는 절망의 이별을 하고 자취를 감추는 「인간 사각지대」임을 새삼 간과하고부터 신·불신을 초월한 필생의 동포애적 헌신을 결심했다는것-.
한목사 부임당시 50%였던 결신자비율은 현재 입원환자와 병원밖의 빈민퇴원환자 95%가 베데스다교회의 신자들이 됐다.
그는 매년 20%씩 죽어가는 환자도 월5천∼1만원씩만 도와주는 독지가나 자선단체의 자매결연이 이루어져 영양을 유지하고 신앙의 확신만 갖게해주면 모두 구할수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병력때문에 소속했던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돌아가봐야 소외당해버려 거리로 나와 전전하다가 병만 재발하는 결핵환자들이 병원뒤 시유지 산에 모여들어 들·나무·루핀·비닐조각을 주워 판자촌을 이룬 이른바 역촌동 빈민결핵환자촌-.
주민등록이 유실돼 생활보호대상자 혜택도 받을수없는 이들 환자는 호구지책을 위해 구두닦이·행상·넝마주이·새마을사업장에 나갔다가 하루 일하고 1주일씩 앓아 눕는다. 겨울 추위에 연탄이 없어 얼어죽는 비극도 있다는것-.
보사부·동사무소등을 찾아 수없이 호소해보기도 했다는 한목사는 이들에게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있는 복지정책을 안타까와했다.
그래서 그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있는 「빈민결핵환자 자활촌」을 꼭 이룩하는게 필생의 소망이다. <이준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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