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팔아 영국여왕보다 더 땅부자가 된 다이슨

중앙일보

입력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발명가로 유명한 영국의 제임스 다이슨(67)경이 잉글랜드에서 영국 여왕보다 많은 땅을 가진 사람이 됐다. 더타임스 일요판은 28일 “다이슨 경이 최근 링컨셔의 크란웰·록스홈에 있는 3000에이커(12㎢)의 땅을 사들이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잉글랜드에서 더 큰 땅을 가진 사람이 됐다”고 보도했다. 다이슨 명의의 땅은 모두 2만5000에이커(101㎢)로, 수원시(약 121㎢)보다 약간 작다. 반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개인 소유 땅은 노포크의 샌드링엄에 있는 2만에이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랜 명문 세습귀족들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200대 부자 안에 드는 베드포드 공작은 베드포드 일대에 1만4000에이커를 보유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블레넘궁이 있는 옥스퍼드셔의 말보로 공작 영지는 1만1000에이커,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웰링턴 장군의 후손인 웰링턴 공작의 햄프셔 영지는 7000에이커 정도다.

다이슨 경은 이들과 달리 자수성가형 거부다. 1980년대 교사인 부인의 월급에 의지해 살면서 청소기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200만 파운드(34억4400만원)의 빚을 졌고 파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93년 다이슨사를 설립한 이후 20년 만에 30억 파운드(5조1600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그는 자신의 토지 구매에 대해 “시골에서 자랐고 학생 때도 인근 농장에서 일했다”며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샌즈버리를 소유한) 샌즈버리공이 케임브리지대에 농업연구센터를 세웠듯, 우리도 농업을 돕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와 개발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농지에선 이미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옥수수를 재배 중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런던으로부터 160㎞쯤 동쪽인 글로스터셔의 18세기 조지아식 저택에 사는데 방만 51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