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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성인 세 사람중 한 사람은 독신자라고 한다. 이런 통계는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 소개되고 있다.
82년 현재 1천9백40만명. 한마디로 2천만명이 독신으로 지낸다는 얘기다. 70년에 비해 78%의 증가. 『미국 역사상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젊은이들의 혼기가 늦어지고, 한편으로는 이혼율이 높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혼기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에고이스트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직장에 매달리는 구속감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풍??칼럼니스트「아트·부크월드」는 여기에 또 다른 이유 하나를 붙이고 있다. 불황이다. 남녀 어느 쪽이든 수입에 대한 보장이 없다. 따라서 어떻게 살 까는 둘째 치고 어디서 사느냐가 문제다. 역시 주택 걱정이다. 농담같지만 웃지 못할 진담이다.
「부크월드」는 어느 독신자의 입을 빌어 결혼의 조건을 제시한다. 건강, 가정, 학벌…,이런 흔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GNP가 10% 오르고, 실업율이 6%(지금의 절반수준)로 떨어지고, 자동차 판매율이 l979년 수준으로 늘어날 때. 이쯤되면 결혼도 무슨 국책사업 같다.
그러나 이것은 독신자 증가의 한 이유일 뿐, 전부는 아니다. 최근 일본의 호기심 많은 엘리트들이 모인「그룹 ST」(소프트 티크놀러지)가 공동 저술한『10년 후』라는 책을 보면「독신자 격증』은 산업사회 신드롬(증후군)의 하나다. 만혼 경향도 있지만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관습으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영국에선 벌써 싱글(독신자)들이 결혼하지 않고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예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30만 커플 이상이 그런 가정 아닌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동거」라고 할 수도 없는, 기묘한 생활이다. 결혼을 서로 보장하지 않는 동거-.
모럴리스트의 눈엔 말세적인 현상같지잔, 아뭏든 그것이 추하지도. 속되지도 않은 현실로 용납되고 있다.
어느새 그런 풍속을 상품화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독신자들을 위한 식품개발, 싱글 바, 아파트, 독신자 공동생활 회원제. 아파트의 경우는 공동 오락시설 등이 특이하다. 물론 아파트 구조도 다르다. 공동 생활에 편리한 설계다.
글쎄, 먼 나라 얘기라고 옷을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당장 우리도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차마 쑥스러워 할 수 없지만, 요즘같이 아파트 값이 비싸면 우선 결혼 시기는 점점 늦추어 질 수밖에 없다. 월급에서 얼마씩을 떼어 적금을 들고 이것이 몇 년 후면 작은 아파트가 되고, 그때 스위트 홈을 꾸미리라…. 이것은 현실보다는 공상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보면 집 값이 내릴 일은 조만간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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