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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세」예상 깨고「강경」고수|수수께끼…소 안드로포프의「대 아시아 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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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말「유리·안드로포프」가 모스크바의 권좌를 차지했을 때 소련을 지켜보는 사람들은「안드로포프」가 아시아지역에서「평화공세」를 벌일것으로 기대했다. 관측통들은「브레즈네프」생시에 이미 궤도에 올라있던 중공과의 화해정책이 더욱 촉진될것이며 오랫동안의 숙제였던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평화공세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련은 중공쪽에선 잠재우려하고 있는 해묵은 영토분쟁을 먼저 들쑤시는가 하면, 일본에 대해서는 안보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2차대전때보다도 더 처참한 핵공격을 받을 것 이라고 거의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소련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쪽에서 보면 해로울게 없다.
덕분에 중공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아직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터이고, 일본에선「나까소네」수상이 방위 및 무역정책을 미국이 바라는 방향으로 밀고나가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쪽은 그렇다치고 소련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렇둣 거칠게 나오는지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호전적 태도는 불리한 결과밖엔 낳을게 없다.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은 소련에 대한 의구심을 북돋을 것이며 중공당안에서 소련식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것이다.
또 비공산세계에서 둘째가는 경제대국이자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일본과의 관계도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정석대로라면 소련은 일본을 미국의 영향권에서 끌어내려 노력해야 할텐데 지금 보여주고있는 행동은 그 정반대다.

<영토분쟁 들쑤셔>
소련전문가들이 평화공세률 점친 근거중의 하나는 KGB 의장출신인 당서기강「안드로프프」가 소련지도자치고는 지식인에 속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비밀경찰을 이끌어오면서 소련이 처한 국내현실을 잘 파악했으며 의국인들과의 접촉이 잦은 덕분에 바깥세계에 관해서도 많은지식을 갖고있고, 탐구욕이 강하여 책도 많이 읽는, 한마디로 크렘린에선 흔치않은 인물로 알려졌다.
게다가「안드로포프」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책고문노릇을 해온「게오르기·알바토프」가 이끄는 미국 및 캐나다문제연구소를 비롯, 소련의 대외경책을 분석하는 연구기관들과 가까이해온 것으로 알려겼다.
관측통들에 따르면 이같은 연구소들의 전문가들은 소련이 아시아에서 직면한 문제들, 특히 대일본정책의 문제점을 잘 깨닫고 있으며 따라서 소연이 이지역에서 위신과 영향력을 키우기위해 보다 세련된 정책을 취하기를 바란다. 또 그 중 몇몇은「안드로포프」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인만큼 앞으로 정책결정에 보다 큰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얘기다.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스크바는 예전이나 다름없이 거칠고 졸렬한 행동만을 거듭하고 있는 둣하다. 일본에 보여준 자세가 대표적인 예다.
소련이 일본의 요즘 움직임을 걱경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나까소네」새수상은 전임자 누구보다도 호전적인 발언을 하는가하면, 미국과의「동맹」운운하면서 미국편에 바짝 붙었다.
일본은 또 국방예산을 늘리고 주변해역에서의 군사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다.「나까소네」수상은 또 서방국가들과의 무역마찰완화도 부르짖고있다.
그러나 다른 편으로 보면「나까소네」수상은 일본의 국방예산이 당분간은 국민총생산의 1%률 넘지 않을것임을 공언했고 서방과의 무역분쟁도 쉽게 풀어질리는 없다. 집권 자민당의 파벌구조나 관료층 및 압력집단들의 영향력 때문에 일본의 정책은 수상 한사람의 뜻에 따라 좌우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급격한 정책전환은 불가능하며, 초강국들의 대결에 끼여들지 않으려는 조심도 여전하다.

<일을 적국대하듯>
소련은 이런 여건과 분위기들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해 봄직 한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 거꾸로, 핵에 의한 파멸을 위협하는가 하면 일본군국주의와 신식민주의를 비난하는등 마치 적국처럼 대한다.
결론적으로 소련은 미일관계에 쐐기룰 박기는커녕 오히려 유대률 강화시켜 주고있는 형국이다.
대 중공정책을 봐도 다를게 없다. 지난해 몇 달동안 중소관계는 적지않이 완화됐었다. 양국간의 주요 현안문제를 해결키위한 협상이 느리기는해도 순조롭게 진행돼 미국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소련은 느닷없이 19세기부터 분쟁의 불씨가 돼온 영토문제를 끄집어내『전혀 근거없는 중공의 영유권주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중공쪽은 요즘 이문제를 전혀 들고나오지 않은 터였다.
수수께끼같은 소련의 태도에 중공은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우리는 제정러시아에 할양된 영토의 반환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단지 포괄적인 해결을 바랄뿐』이라는 것이었다. 북경은 또 두나라가 선인으로 지내기를 바라며 소련은 해묵은 얘기를 되풀이함으로써 관계개선을 늦추지 말라고 충고했다.
중공에 대한 소련의 이같은 태도는「슐츠」미국무장관의 중공방문직전에 보여진 것이라는데서 더욱 어처구니없다. 미·중공관계 강화를 도와주는 행동으로밖에 해석할수 없기때문이다.

<정책 앞뒤안맞아>
아시아의 다른지역에서도 소련은 머무적대는 형편이다. 일본·미국·한국의 세나라가『극동에 새로운 군사 및 정치블록을 형성함으로써 침략을 꾀하고있다』고 믿기 어려운 비난을 한다. 말레이시아에는 산업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말레이시아 자신은 일본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군의 캄푸체아점령지원과 만3년이 넘은 아프가니스탄 강점은 아시아국가들의 호감을 사는데 큰 장애요소다.
앞뒤가 안맞는 이같은 소련정책에 대해 소련당국자들은 나름대로 논리를 세울수 있을는지도모른다. 혹은 비교적 성공적인 대유럽외교에 맞추어 아시아정책을-최소한 스타일만이라도-바꿀 계획을 세워놓았을수도 있다.
그러나 내막은 어떻든 지금으로선 소련의 대아시아외교는 좋게말해도「서투른」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소련의 영향력은 바닥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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