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반의 재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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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크게 저조했던 수출은 올 들어서도 뚜렷한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연두부터 신발 끈을 죄어 매는 다짐이 필요할 것 같다.
올 들어 지난10일까지의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3·6% 뒤 처졌다는 보도는 아직 일정한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다만 국내의 경제 여건들이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보아 각종 수출전략의 점검을 미리 다져가지 않는 한 낮추어 잡은 올해목표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수출환경을 개관하면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이 우리의 기대만큼 삘라지기 어렵고 달러화, 국제금리, 국제금융 등 너무 많은 불안정 요인들이 반재해 있어 세계무역의 신장은 계속 제약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특히 선진 공업국들의 경쟁적 보호주의가 주로 개도국들의 2차 산업에 집중되고 있어 우리의 수출이 계속 가장 큰 피해자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이런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일찍부터 수출의 기반을 다지고 지원환경을 재점검하여 보호와 침체의 벽을 뛰어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해온 종합상사의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전략 품목을 집중 육성하며 중소기업의 수출 노력을 도와주는 여러 방안들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지난주 처음 일린 종합상사 협의회는 올해 2백35억 달러의 수출 목표 중 60%인 1백36억 달러를 종합상사들이 맡도록 합의했다 한다.
무역환경이 나빠질수록 시장 침투력이 강한 종합 상사의 역할이 중요시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보호의 장벽이 강해질수록 준재시장의 새로운 개척과 상품의 전략화가 필요하므로 정부와 민간의 보다 긴밀한 협동이 있어야할 것이다.
산업경제 기술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의 수출상품 중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품목들은 가죽제품, 의류, 합판, 신발류 등 몇개 안 되는 경공업 제품에 국한되어 있다.물론 일본처럼 구미 주요시장의 80%룰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진 전자, 기계류 중심의 수출전략 상품구조를 하루아침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비슷한 경제 발전단계의 선발 개도국들과의 경쟁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는 부문, 특히 기술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들은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개선의 여지가 높다고 본다.
동 연구원의 분석대로 제조업 중 대 선진국 수출이 유망한 경기용 기기, 전자 계산기, 라디오, 수신기 등 중급 전자제품들은 기술혁신과 개선, 품질 향상만으로도 시장을 넓혀갈 소지가 충분할 것이다. 이런 중류 기술 제품들은 대만, 싱가포르 등에 비해 양적으로는 구주 지역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나 게임용구, 전자 미세 회로, 컬러TV 등 주요 전략품목은 오히려 뒤지고 있어 이런 부문의 집중공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종 품목인 섬유류는 점차 어려움이 더해 가고 있어 품질 고급화가 가장 시급한 부문이다. 기존의 경쟁기반이 약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공제품에도 밀리고 있는 형편이므로 제품 고급화를 위한 새로운 투자와 시설 개체가 시급하다.
오랜 기간의 불황으로 투자여력이 약해졌지만 이런 부문은 오히려 불황기에 시설을 바꾸어 내년 초로 예견되는 세계경기의 회복에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내적으로는 현행의 수출지원 체계를 정비할 것은 정비하되 보강할 부문은 때를 놓치지 말고 지원을 강화, 적극적이고 기동성 있는 대응이 가능해야할 것이다.
특히 경공업 제품의 전략화는 중소기업의 과감한 기술개발과 시설 보강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적극적인 자금, 기술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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