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서도 메달 딸래요" '수영 말아톤' 김진호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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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배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자폐아 수영선수 김진호군과 어머니 유현경씨가 13일 인천공항에 귀국해 취재진에게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영종도=김태성 기자

"전국체전에서도 꼭 금메달 딸 거예요."

체코 세계정신지체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은.동메달을 따낸 자폐증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2년)군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어머니 유현경(44)씨, 3년간 그를 지도한 배내식 코치와 함께였다.

공항에는 김군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중 나와 있었다. 할머니 이창인씨는 "종손인 진호가 큰일을 했다"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출구를 빠져나오며 손을 흔들고 환영객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김군에게 여행의 피로는 찾을 수 없었다. 취재진에 둘러싸여서도 전혀 어색한 기색 없이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물론 단답형이었지만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고,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10월 14일 개막하는 울산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우승하겠다는 포부도 당당히 밝혔다. 김군은 전국체전에 부산 대표로 출전해 고등부 일반 선수들과 자웅을 겨룬다. 어머니 유씨는 "진호의 기록이 현재 국내 12위권인데 내년 전국체전까지 8강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번이 사실상 첫 세계대회 출전이었다"며 "좋은 성적을 낼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순간 기쁨과 회한이 겹치면서 목놓아 울었다는 유씨는 "나는 수영을 통해 진호와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주위 여러분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종도=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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