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에 국방비 증액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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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대만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리도록 요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3일 워싱턴 발로 보도했다. 미국은 대만에 군 현대화를 요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목표 수치'까지 정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올 여름 대만 군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을 미국과 엇비슷한 수준인 3.5%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2004년 대만의 국방예산은 GDP의 2.6%로, 중국(4.3%)에 비해 1.7%포인트 낮았다.

미국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대만을 압박하는 것은 최근 동중국해를 무대로 중.러 합동군사훈련이 전개되는 등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국방부가 7월에 발표한 '중국 국방예산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매년 100기씩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럼즈펠드의 국방예산 증액 압박은 이처럼 중국의 군사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대만이 즉각 방위력 강화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대만 간 군사적 균형이 무너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대만 방위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 3'(PAC3) 6기 ▶대잠수함 초계기 P3C 12대 ▶디젤 잠수함 8척 등을 대만에 판매키로 결정했다. 대만 정부도 특별 예산을 편성해 이런 무기를 구입하려 했다. 그러나 야당이 문제였다. 중국과의 화합을 주장하는 야당연합은 무기 구입 예산 편성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예산 편성이 좌절됐고, 아직까지 무기 구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문제가 걸려 있는 미국으로선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해 중국.대만 문제가 위기 상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뉴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을 만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대만 방위를 지원하는 것은 중국.대만 간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 대만 독립을 지원할 의도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힐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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