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만 5000여개 '밴드' 개설해 부모·병사·부대간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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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엄마보다 낫네요. 생일을 못 챙겨줘 마음 아팠는데 축하해주는 동료들을 보니 뭉클하네요. 감사합니다.”(임효빈 엄마)

 육군 1사단 수색대대가 개설한 SNS 커뮤니티 ‘밴드’에 등록된 글이다.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임효빈(21) 상병을 위한 부대 전우들의 깜짝 파티 사진을 밴드에서 본 어머니가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요즘 입대한 자식을 둔 부모에게는 밴드가 소통 수단이다. 병사들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만 건씩 올라온다. 육군은 지난 9월부터 각 부대에 밴드 개설을 권했다.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후 나온 병영혁신 대책 중 하나였다. 밴드는 가입한 멤버들끼리 글이나 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입대한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들과 군부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 창구를 만든 셈이다. 밴드에서 장병과 부모들은 병영생활 정보를 나누는 건 물론이고 생일 축하, 칭찬 릴레이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하고 있다.

 28일 육군에 따르면 3개월 만에 각 부대에 개설된 밴드는 2만5000여 개에 달했다. 거의 모든 부대에서 중·소대 단위로 개설했다고 한다. 병사 5000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병사들의 밴드 가입률은 63.4%, 부모들의 가입률은 82%였다. 육군 병력 50만 명으로 환산하면 약 72만7000명(병사 31만7000명, 부모 41만 명)이 군부대 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병사보다 부모들의 가입률이 높은 데 대해 군 관계자는 “병사들은 휴대전화가 없는 데다 훈련 후 개인정비시간(약 30분)에만 사이버지식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거의 매일 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6사단에서 복무 중인 A군의 아버지는 10여 년 전 척추를 다쳐 병상에 있다. 그는 밴드를 통해 아들의 근황을 확인한다며 “그동안 면회를 못 가 마음이 아팠는데 온라인 소통 창구가 생겨 고맙다”고 말했다.

 반면 장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53사단 헌병대 신서이(25) 중위는 “밴드를 통해 소대원들을 예전보다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며 “부모님들도 걱정을 많이 덜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방 지역의 한 소대장은 “매일 ‘우리 아들 소식도 전해 달라’는 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진다. 훈련과 업무를 마치고 나면 밴드에 사진과 글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소대장들은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다. 휴식시간을 거의 다 여기에 쏟고 있다”고 말했다. ‘과외 업무’가 는 셈이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2만5000여 개나 되는 밴드에서 병영생활을 공유하면서 부대 모습이나 훈련 일정 등 각종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육군도 보안을 우려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부모들에게 밴드 내용을 외부로 전달하지 말 것을 부탁하는 한편 내부에서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사전에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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