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전후 커피·녹차 철분흡수 방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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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비만보다 빈혈 환자가 더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약 4만명 대상) 결과다.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인구는 3.2%인데 비해 10대 이상 인구의 7%가 빈혈로 판정된 것. 특히 여성은 10명 중 1명(10.3%, 남성은 2.7%)이 빈혈 환자였다.

빈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매우 낮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잘못된 상식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철 결핍성 빈혈=가장 흔한 유형이다. 발육이 왕성한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 철분 섭취량 부족이 원인이다.

월경과다.위궤양.십이지장궤양.위암.치질.자궁근종 등으로 출혈한 것도 원인이다. 따라서 철분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출혈 부위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승태 교수는 "시리얼.콩.곡물.동물의 간.굴.계란 노른자.살코기.멸치 등에 철분이 많이 들어 있다"며 "철분을 더 많이 흡수하려면 비타민C가 많이 든 과일.채소.주스 등을 함께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커피.홍차.녹차 등을 식사 도중.전후에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 식품의 떫은 맛 성분(탄닌)이 철과 결합해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철분은 공복시에 가장 흡수가 잘되므로 철분보충제는 식후 두시간 이상 지난 뒤나 잠자기 전에 복용한다.

철분보충제를 복용하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철분이 우리 몸에 들어올 때 생기는 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복용을 꺼리거나 값비싼 철분보충약으로 바꾸는 것은 손해다.

철분이 많이 든 약일수록 값이 싸며 비싼 약엔 빈혈 환자에게 별로 유용하지 않은 비타민.알부민 등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유나 제산제와 같이 금속을 붙들 수 있는 음식이나 약과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함께 복용하는 것은 피한다.

◇악성빈혈.재생불량성 빈혈="악성이라고 하면 암을 연상하거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요즘 악성 빈혈은 진단만 제대로 받으면 한달에 1회 주사로도 건강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박준성 교수의 지적이다. 악성 빈혈은 비타민B12(철.엽산 등과 함께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를 흡수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 위에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혈액 생산공장인 골수에서 피를 제대로 못 만드는 것이 원인이다. 이 빈혈 환자는 적혈구만 못 만드는 것이 아니고(흔히 이렇게 오해) 백혈구.혈소판 모두를 잘 못 만든다. 면역억제 치료나 골수 이식이 주치료법이다.

비타민 B12와 엽산 결핍성 빈혈=적혈구의 크기가 커지면서 수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애주가의 빈혈로 통한다. 술은 비타민B12와 엽산(비타민의 일종)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빈혈은 또 채식주의자 등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을 잘 먹지 않는 사람에게 흔하다. 비타민B12가 동물성 식품에 주로 들어 있기 때문. 따라서 육류를 즐겨 먹고 술을 주 2회 이하 마시는 것이 해결책이다.비타민 B12 보충제는 먹는 약이 아니고 주사약이다.

◇여성에게 잦다=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임신.아기 젖먹이기.월경.다이어트 등으로 철분 요구.소실량이 남자보다 많다"며 "특히 여고생의 경우 한창 자라는 시기인 데다 생리까지 겹쳐 철결핍성 빈혈 발생 빈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단체 헌혈시 한 학급에서 반수 이상이 헌혈 부적합자로 판정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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