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은 저비용 고효율 … 비대칭 전력 핵으로 부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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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0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에 대해 “(사이버 공간이) 마치 서부개척시대의 황량한 황야(Wild West)와 같다”고 말했다. 생존하기 위해 적을 먼저 제압해야 하는 무법천지와 비교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 사이버 공간은 언제든지 새로운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 미 경제지 포춘은 “사이버 테러는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수단이다.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세계는 지금 사이버 전쟁 중

지난해 미ㆍ중 양국은 사이버 공격을 둘러싸고 정면 대립했다. 당시 미 국가안보국(NSA)과 미군 사이버전 사령부를 맡고 있던 키이스 알렉산더 공군대장은 “미국의 기간시설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 적어도 6개월 동안 140번 이상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 대상은 정부기관과 대형 금융사, 전력회사, 항공관제센터 등이었다. 미 정부는 해킹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했다. 상하이에 있는 12층 건물에 인민해방군 사이버 부대의 본부가 있다고 지목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해킹 중단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최근 미국이 ‘사이버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 정부가 자국 군인 5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하자, “미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전 세계 사이버부대를 모두 합해도 미국을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금까지 사이버 테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가는 적지 않다. 유럽의 에스토니아도 그중 하나다. 2007년 사이버 테러를 당해 3주간 정부기관 대부분이 마비됐다. 피해를 입은 곳은 대통령궁을 포함해 의회, 주요 정부 부처, 언론사, 금융사 등 광범위했다. 보안 업계에서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당시 에스토니아 정부와 러시아계 주민들 간 갈등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조지아(그루지야)에서 발생한 사이버 테러로 의회ㆍ국방부ㆍ외교부 등 정부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다. 영토 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던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사이버 테러 직후 양국은 실제 전쟁에 돌입했다. 이미 군 정보 시스템의 다운 등으로 지휘 체계가 불안해진 조지아는 전쟁 개시 5일 만에 손을 들었다. 이 사건은 사이버 테러가 실제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2010년 감행한 사이버 공격도 위력적이었다. 당시 미국은 이란 핵 개발의 거점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악성코드인 스턱스넷으로 공격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심장비인 원심분리기가 대거 손상됐다.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디지털 아이언돔(단거리 요격미사일 체계)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2012년 9월에는 일본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중국발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다. 당시 일본 대법원과 대학병원 등이 대거 해킹당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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