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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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육열에 관한 한 한국사람을 따를 국민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 82」에 보면 그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한국의 부모들은 88·3%가 아들을 대학이상의 고등교육까지 시키려 한다. 딸자식도 대학이상 보내려고 하는 부모가 63·3%.
그건 우선 5년 전인 77년의 조사결과 보다도 현저한 증가추세다. 그땐 아들은 56·3%,딸은 33·6%까지만 대학이상의 교육을 기대했다. 딸의 고등교육 기대는 무며 배 가까이나 늘어났다.
여권에 대한 인식 향상으로 볼 수 있다.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을 때 자녀교육열도 높다.
대졸학력의 부모들은 아들에 대해서 99·6%, 딸에 대해서 94·5%가 대학이상의 교육을 희망한다. 고학력 부모들이 아들딸에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도 드러난다.
물론 기대와 현실엔 차이가 있다. 80년의 취학률에서 보면 중학교까지는 94·7%,고등학교까지는 69·7%지만 대학은 16·4%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학의 문이 활짝 열린 81년부터 부모의 기대치는 현실을 향해 크게 확장되었다. 83년엔 20%를 넘었다. 한국인의 교육열이 무서운 기세로 뻗고 있는 증거다.
그러나 드러난 통계로 보면 한국인의 교육열은 아직 그리 대단할 것은 없다.
세계의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82년 봄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프트지의 조사로는 한국은 인구비례로 볼 때 세계 17위의 대학생 보유국가일 뿐이다.
인구 1천명당 미국 52, 캐나다 36, 아르헨티나 24, 이스라엘 23, 일본 22, 프랑스 21, 소련 20명이고 한국은 10명의 대학생이 있을 뿐이다.
세계 5위인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작년에 36·3%를 기록했다.
그건 엄청난 교육열을 반영한 것이지만 일본에선 76년의 38·6%에 비해 2·3%나 떨어진 것이라서 적잖게 문제가 됐었다. 대졸 학력의 가치 폭락이란 점에서다.
우리의 경우는 아직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학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좀더 늘어날 것이다.
그 추세는 66년에 9·7%였던 대학 취학률이 15년 동안에 무려 배증한것으로도 넉넉히 짐작된다.
취학률의 증가는 앞으로도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물론 사회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들어가는 시점에선 더욱 고급인력의 양산이 기대된다.
하지만 부모들의 교육 기대치는 지금 정점에 이르고 있다. 교육열도 식을 줄 모른다.
기대와 현실의 격차는 불가피한 것 같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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