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가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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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역사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역사서는 81년 초·중판 합개 6백4종이 나왔던 것이 82년에는 1천8종으로 40%가 넘게 증가했다. 역사서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출판사들은 과거 역사서가 대부분 초판도 다팔리지 않던 것에 비해 지금은 소량이지만 재판에 들어가는 책도 많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서적이 팔려나가자 출판사들은 ▲역사서적이 장기적인 수요가 있다는 점 ▲출판사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역사서를 기획하는 곳이 많아졌다.
역사서적이 많이 나오게된 것은 지난해의 일본교과서 파동이 한 큰 요인이 되었다.
교과서 파동이 일자 매스컴들은 한일관계사의 쟁점들을 다루었고 학계의 논의도 활발해졌으며 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출판사들은 이러한 기운에 부응하여 관계되는 서적을 내놓았고 독자들의 반응도 높았다. 특히 일제36년간의 식민정책과 이에 대한 민족적 저항을 다룬 책들은 널리 읽혔다.「일제의 한국침략정책사」「일제하 광주학생운동사」 「한국근대민족운동사」「한국근대사연구」「한국현대사론」「일제하의 민족생활사·문화침탈사·경제침탈사」「일제의조선인노동강제수탈사」「상해임시정부사」등등을 들수있다.
역사서가 많이 나오게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자들의 연구가 크게 진척된 점이다. 특히 소장학자들의 연구실적은 역사의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선까지 이르고 있다. 이들 젊은 학자들의 연구실적은 최근 새로운 박사코스가 생겨남으로써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더욱 촉진된 것으로 보이며 학위논문이 대부분 책으로 나오기 때문에 역사서 출판량을 더욱 증가시키고있다.
최근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도 독자들을 역사서와 가깝게 해주고 있다.
역사학계는 최근까지 근대·현대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을 꺼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최근30년의 일은 역사가가 다루기 보다 저널리즘의 영역이다』는 말까지 해왔으나 요즘은 최근의 일까지 역사가가 다루어야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분단시대의 역사인식」 「한국분단사」「한국민주당연구」같은 책은 이같이 최근의 일을 다룬 책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피부에 와닿는 역사적 사실의 기술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다.
한국의 오늘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현실이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알고자하는 역사의식은 언제나 요구되어왔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의식이며 미래를 잘 살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비단 한국사뿐만 아니라 구미나 중국·일본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는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되는데「프랑스혁명사」「영국사」「미국사」「현대일본의 해부」 「일본의 역사」「유럽현대사」등의 책이 예상외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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