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존폐 놓고 국회 정책토론회서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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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출신이 10여 년 전부터 '경찰 내 하나회'로 발돋움했다."(문성호 한국자치경찰 연구소장)

"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경찰대를 '평등 원리'로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이재경 숙명여대 교수)

12일 국회에서 열린'누구를 위한 경찰대학인가'라는 정책 토론회에서는 현행 경찰대 운영 방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하위직 경찰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과 대국민 치안서비스를 높였다는 옹호론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이 주최했다.

◆ 도마에 오른 경찰대=토론회에서 일반 대학 경찰행정학과와 경찰대 출신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됐다.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이영남 교수는 "과거 경찰간부 모집 때는 대졸 출신이 2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순경 중에서도 대졸자가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모집한다는 이유로 경찰대에 엄청난 국비를 지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찰대학 출신을 경위로 전원 임용하는 경찰공무원법(8조)은 전국 사립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자와 경찰직 구직자들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와 비슷한 입장의 참석자들은 "조만간 경찰 간부직을 경찰대 출신이 대부분 차지하게 돼 조직 내 갈등과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며 ▶경찰대 학사과정 폐지▶정원 축소 및 대학원 체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현직 경찰 간부 중 경찰대 출신은 15% 정도며 매년 120명이 임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대 교수를 지낸 숙명여대 이영란(법학) 교수는 "경찰대의 공과는 치안서비스의 수요자인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될 일"이라며 "내부 불만이나 일반 대학 경찰행정학과의 이해타산으로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여론조사 전문업체의 조사 결과 국민 84%가 경찰대 폐지에 반대했고, 70%는 경찰대 출신 경찰관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 경찰대 폐지 검토 안 해=경찰청은 우수 인력 확보와 치안서비스 향상 차원에서 경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여년간 경찰 조직의 발전에 경찰대 출신자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전개되는 시점에서 경찰대 존폐론이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논의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인사 구조상 문제를 조직 내부 갈등으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대는 앞으로 개선할 점은 있지만 조직에 기여도가 높아 앞으로도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신 순경으로 들어온 경찰관들은 특진 등을 통해 3~4년 안에 경위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하위직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특진시 최저 소요 기간 폐지▶순경 출신 총경 할당제 등 순경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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