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지자체 "내 고장 쌀 먹읍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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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준 농협 전북본부장(왼쪽)과 직원들이 최근 한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식대 대신 쌀을 전달하고 있다. [농협 전북본부 제공]

이상준 본부장 등 농협 전북지역본부 간부 6명은 최근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M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식대 8만원을 20㎏짜리 쌀 2포대로 지불했다. 농협 간부들은 지난 달에도 음식점 다섯 곳에서 식사한 뒤 쌀로 식대를 냈다. 농협 전북지역본부의 김석중 자재양곡과장은 "음식점 주인들도 어차피 쌀이 필요한 데다 '내고장 쌀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하더라"고 말했다.

쌀 재고량이 급증하고, 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전.남북지역 농협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쌀 팔아주기에 발벗고 나섰다.

◆쌀 판촉=농협 전남지역본부와 전남도는 지난 달 초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직원과 공무원 90여명으로 판촉단을 만들어 수도권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을 대상으로 맨투맨식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의 최성열 양곡팀장은 "판촉활동이 효과를 거둬 평소 7억7300만원이던 하루평균 판매액이 지난 달 한 달은 13억3400만원으로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13~16일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서울시와 공동으로 '한가위 친환경 전남 농수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열고 쌀과 특산물 등을 판다.

농협 전북본부도 결혼식이나 회갑연 등 경사에 축의금 대신 쌀을 선물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농협 직원들이 음식점.주유소 등에 쌀로 요금을 지불하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넘치는 벼 재고=주 5일제 근무와 외국산 쌀 및 중국 찐쌀 수입 등의 영향으로 쌀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쌀의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에서 전북산 쌀 판매량은 지난 달 말 현재 2500여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3570억원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전남산 쌀도 28%가 줄었다.

전남 농협은 7월 말 현재 벼 재고량이 1만9280t(48만2000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60t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북농협의 벼 재고량도 11만7000여t으로 지난해 1만4000여t과 비교해 8.4배나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부가 벼 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 정부가 사들이는 물량이 전국적으로 지난해 20만t(500만석)이던 게 16만t(400만석)으로 줄어 재고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형식.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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