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국제행사 '국제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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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12일 경남 창원시 두대동 F3 경주장에서 인부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경남도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치렀던 포뮬러 스리(F3)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지난해 중단하고 창원시 종합운동장 주변에 설치된 경기장 관중석 등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해마다 해외선수 참가가 줄어 국제 대회로서의 위상이 퇴색되고,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회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5년간 이 대회에 경주장 건설비를 포함, 229억3600만원을 들였지만 수입은 126억5200여 만원으로 100억원 이상 적자를 봤다. 77억 여원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 철거에만 8억원을 쏟아 부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영화제 등 30여 개의 국제 행사가 사전준비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동네잔치로 전락하거나 중도포기가 잇따라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예산만 낭비=지난달 26일 개막, 32개국 18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2일 폐막한 제5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사전준비 소흘과 전문성 결여로 국제 행사의 위상을 떨어뜨려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오전 한국단편영화를 상영한 밀레오레 시네마 5관에서는 3~4차례 음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관중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20여 명의 관중이 요금을 환불해 가는 소동을 빚었다. 제작사와 사전협의 미비로 '분홍신' 등 2편의 영화가 취소되기도 했다. 상영관 객석 점유율도 20~30%에 불과했으며 영화표 1만여 장을 공무원에게 강제 할당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제주도의 '세계 섬문화 축제'는 운영 미숙으로 참가자들이 줄어 경쟁력을 잃자 98년과 2001년 두 번 치르고 중단했다. 결국 두 차례 행사경비 120억 여원을 낭비한 꼴이 됐다.

◆후유증 및 국제 망신=160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국제 자동차 엑스포'를 치른 군산시 소룡동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100여 평의 주전시관 바닥 곳곳이 20~50cm씩 침하된 채 1년 가까이 빈 창고로 방치되고 있다.

광주시는 10월 16일 제1회 광주국제청소년가요제를 열기로 하고 중국.일본 예술인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 기획사 측의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내년으로 연기, 국제 망신을 샀다. 이 행사는 6월 계획을 세워 준비기간이 5개월여밖에 안돼 부실 행사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경남도도 2003년 10월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개최권을 가진 FOM 측과 유치양해각서(MOU)를 체결, 2010년 개최키로 했던 대회를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포기, 국제적 신인도를 추락시켰다.

대회 예정지인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내 매립지 40여만 평의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문제점 및 대책=전문가들은 단체장들이 자신의 임기 내에 업적을 쌓기 위해 치밀한 준비도 없이 '국제행사 베끼기'를 일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영화제의 경우 부산.부천.광주.전주 등 전국 10여 곳에서 열리고 있으나 대부분 내용.행사진행 등이 비슷해 차별성이 없다.

한국관광공사 박충경 행사운영팀장은 "행사 운영을 국제적 감각을 가진 전문가보다는 공무원이나 영세한 기획사가 맡아 급변하는 국제문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졸속 추진도 문제"라며 "지역특색에 맞는 국제행사가 되도록 정부나 관련 기관이 나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서형식 기자,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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