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공식거론은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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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슐츠」미국무장관의 이번 아시아 방문, 특히 중공방문과 관련해 한국의 주요관심은 그가 혹시 중공지도자들과 남북한교차승인 문제나 한·미·일 내지 소련을 겨냥한 한·미·중·일 집단안보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집중된 것 같다.
이와 관련, 지난 주말부터 일본언론은 전두환 대통령이 「나까소네」(중증근강홍) 일본수상에게 남북한 교차승인 및 남북한 동시유엔가입문제에 일본이 중공을 상대로 교섭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나까소네」수상 자신도 이런 요청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슐츠」장관과 동행 취재중인 미워싱턴 포스트지의 「오버도퍼」, 타임지의 맥기어리」, 뉴스위크지의 「월코트」 특파원 등은 미·중공지도자들의 북경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거론된 것은 없으며,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관한 중공측의 북한 불만전달과 자신들의 가벼운 언급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슐츠」장관은 6일 북경으로부터 서울로 오는 전용기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한동시 유엔가입 등 남북한 승인문제를 기자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급한바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승인 문제에 관한 최근 보도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는 것 같다.한국은 오래 전부터 남북한 통일문제에 관해 여러 가지 제의를 해왔으나 북한은 즉각적으로 이를 거부해왔다는 사실을 들어 그의 비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이 조금만 더 성의를 보인다면 분위기는 일신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공지도자들도 75년 「키신저」당시 미국무장관이 남북한 교차승인문제를 거론했을 때부터 북한측이 이를 남북한 영구 분단화 술책이란 이유를 들어 반대해온 점에 비추어 「교차승인」 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슐츠」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한반도 장래문제에 대한 타결책을 모색한 기미는 없다는 게 중논이다. 그는 서울에 들어오면서『이번 방한의 주요목적은 물론 대한방위태세를 재확인, 지원하는 동시에 주한미군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일』이라고 제한적 목적을 나타냈다.
중공측은 포클랜드전쟁, 중소간의 새로운 화해움직임, 캄보디아 사태, 아프가니스탄 사태, 그리고 양국현안인 미국의 대중공 섬유수입제한, 중공에 대한 첨단기술이전, 대만장래 문제 등을 제기, 모든 대미 불만사항을 테이블에 올렸으나 역시 가장 중요한 비중을 두었던 것은 미국의 대대만무기 수출문제였다.
작년 6월 「헤이그」 당시 미국무장관의 북경방문과 8월 미·중공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그 당시 수준으로 동결, 점차 삭감할 것이며 중공에 대한 무기공여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레이건」행정의 계속된 대만무기 판매로 양국관계는 경화, 「헤이그」방중당시 약속된 조자양 중공수장의 미국방문 및 중공 군사관계자의 방미는 실현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슐츠」장관을 맞아 조자양 수상 ,등소평 등은 양국간의 「주요장벽」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들고 나왔고 이 논의의 결과로 ▲조자양의 연내미국방문 ▲「와인버거」미국방장관의 중공방문 ▲양군 군사관계자의 교환 등이 합의됐다.
「슐츠」장관은 이번 중공지도자와의 회담성과를 『미국에 대한 중공의 오해를 많이 풀었다』고 표현했다.
최소한 냉각됐던 미·중공관계가 해빙의 방향으로 진전됐다는 진단이 압도적이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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