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2개의 외화밀반출 사건|사법부흔든 22만불사건은 34만불사건에 가리워져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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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법부를 뒤흔든 22만달러사건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김포공항 34만달러 밀반출기도사건과 거의 동시에 일어났으나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더구나 34만달러사건과 1심에서 병합심리되어 같은 사건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지만 34만달러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다. 34만달러사건이 4일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관련피고인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되어 사실심이 끝난것을 계기로 1심에서 검찰·피고인 모두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22만달러사건의 전모를 밝혀본다.
34만달러가 든 주인없는 가방이 김포공항 출국검사대에서 적발된 것은 지난해 6월10일.

<대원각 사모님>
검찰은 이 사건의 관련피의자로 환전책 김용오씨(54·암달러상)를 검거해 34만달러가 김씨를 통해 일본인 「하야마·다께지오」(우산무지웅)에게 건네지려던 것임을 밝혀내고 「하야마」의 한국인현지처 정은숙(49)씨등 14명을 검거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이진선검사는 환전책 김용오씨를 추궁하던 끝에 또 다른 거액의 외화를 여자 암달러상 김귀채씨(55)에게 건네줬다는 자백을 얻어내고 뒤늦게 22만달러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22만달러사건은 34만달러사건 수사의 부산물인 셈.
검찰 수사결과 암달러상 김귀채씨는 22만달러를 음식점 대원각 주인 이경자씨(41·여·서울성북동 15의86)에게 1억6천8백44만원을 받고 넘겨준것이 드러났다. 또 대원각주인 이씨는 외사촌동생인 이재완씨(36·세일관광 영업부차장)의 부탁을 받고 달러를 사들였으며 22만달러는 이재완씨의 부인 안모씨(36)를 통해 미국으로 이미 밀반출된것을 밝혀냈다.
이경자씨는 유명한 성북동323 대원각의 주인. 70년 5월부터 요정으로 경영하다 최근 불고기집으로 바꾸었다. 이때문에 암달러상 김씨등에게는 「대원각 사모님」으로 통했다. 수년전 D기업 S개발 대표이사 부사장인 이모씨(48)와 결혼, 부동산만도 주거지가옥(2억원)과 제주도 귤밭 2만평(3억원)·대원각등 10억원이라고 조서에 쓰여있다.

<굴비속의 tc>
이재완씨는 구두·핸드백을제게조·판매하는 「미투리」(서울다동)의 경영주.
검찰조서에 재산을 10억원상당(김호동공장 1억5천만원, 약수동가옥 2억원, 다동공장과 판매장 2억8천만원, 이경자씨에게 빌려준 채권 2억원, 미국은행에 입금된 22만달러 등)이라고 기재할 정도의 알부자다. 70년부터 종로5가에서 D여관을 경영하고 다동에서 필름현상소를 경영하면서 모은 돈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종인 이씨에게 2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로 매월 6백60만원을 받아왔다.
세일관광에는 실제로 근무하는 일이 거의없고 80년 10월 대표 민모씨에게 5백만원을 주고 여권을 받아내 미국지사장 겸직발령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경자씨가 암달러상 김씨로부터 사들인 22만달러는 1천달리짜리 여행자수표 2백20장. 지난해 5월6일 이경자씨 집에서 1백장(7천6백50만원), 같은곳에서 5월8일 50장, 5월10일 70장 등으로 암달러상 김씨는 1장에 2천원씩 모두 44만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회수안된 외화>
이재완씨는 달러구입자금을 은행대출 1억원, 이경자씨로부터 받은 3천만원, 나머지는 갖고있던 현금 등으로 조달했다. 처음에는 1백달러짜리로 5만달러를 구입했으나 반출하기에는 여행자수표가 편리하다는것을 알고 모두 바꾸었다는것.
22만달러는 이씨의 부인 안모씨가 이경자씨와 함께 미국여행을 떠난 지난해 5월중순 선물로 가져간 굴비의 뱃속에 15장씩 넣어 밀반출, 뉴저지주의 은행에 예금해 놓았다. 이재완씨는 이밖에 81년1월 현금5만달러를 짐꾸러미속에 넣어 밀반출하는등 모두 28만달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털어놨다.
밀반출 목적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미국에서 살기위해 이민자금이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미투리의 미국지점을 설치하려다 영어회화도 서툴고 경기가 나빠 포기한것』이라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22만달러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이경자 이재완씨와 암달러상 김씨등 3명. 34만달러사건 관련자를 지난해 7월16일 기소한 검찰은 7월27일 이들 3명을 포함해 나머지 7명을 기소하면서 두사건의 병합심리신청을 했다.
이경자·이재완씨가 구속된 것은 7월10일이었고 이경자씨는 35일만인 8월16일 34만달러사건의 여연숙피고인(49·여·암달러상)과 함께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여피고인은 법무부공무원이던 정모씨(49)의 부인으로 정씨는 이사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l회 공판이 열린것은 9월10일이었고 이재완씨는 9월1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선고는 10월18일, 이경자씨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이재완씨에게는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추징금 1억9천4백여만원도 병과됐다.

<초범 타상참작>
이 큰 사건의 판결이유는 『초범이고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다』는 간단한것이었다. 이 사건 담당변호인은 R, B, N씨등 젊은 변호사였다. 암달러상 김씨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2만달러 사건의 관련자는 모두 1심에서 풀려났으나 검찰·피고인 양측이 다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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