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들볶는 불 문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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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수님들, 아무래도 일 좀 더 해주셔야 되겠소.』
『모르는 소리말아요. 교수만큼 일 많은 직업이 또 어디있다고 그런 망발이시오.』
프랑스에서는 요즘 월급받는만큼 일을 『더해달라』는 「알랭·사바리」문교장관과 현재 하고있는 일만으로도 월급값을 『하고도 남는다』는 l만2천여대학 교수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무장관과 교수들간의 이같은 싸움은 「사바리」장관이 각급대학총장에게 보낸 「지시통첩」이 발단이다.
「사바리」장관의 요구는 이랬다. 『대학교수 혹은 각급학교 교사들은 직업적 활동에 필요한 모든 시간을 학교안에서 보내야한다. 교수(또는 교사)들의 근무시간은 주39시간, 연32일간의 유급휴가를 규정하고있는 근로기준법상의 법정노동시간에 「미달」해서는 안된다. 교직이외의 일반노동자나 다름없이 근무시간을 지켜야 한다.』
각자가 맡은 강의시간이 몇시간이든 주39시간은 학교에 출근, 자리를 지키고 7월부터 9월까지의 방학중이라도 연32일을 뺀 나머지시간에는 마땅히 출근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프랑스대학이 모두 국립이긴해도 이런 주장에 교수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엉터리같은 소리다. 최고교육기관을 군대식으로 다루려하는 수작이다.』
전국대학교육자치노조연맹의 「장·바스티」사무총장은 『대학교수의 기능을 일단 퇴근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일반행정관리의 그것과 견주는 것은 말도 안되는 난센스』라고 펄쩍 뛰고있다.
대학교수들의 반론은 이렇게 이어진다. 교수들이 밑고있는 주3시간의 강의는 교수들이 하는 일 중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학생지도·시험답안지채점·연구와 각종과외활동조직·각종국제회의의 참석은 누가하는 일인가.
교수능력향상을 위한 연구활동은 교수의 책무가운데서도 가장 부담이 큰 작업이다. 또 학생상담, 실험실 등 연구실지도는 일이 아니란 말인가. 어디 그뿐인 줄 아는가. 한 학생당 열댓시간씩 걸리는(어쩌면 수십시간씩도 소요되는) 논문지도, 몇 달씩 골몰해야하는 강의록작성 등등….
근무시간엄수와 함께 교수들의 바캉스를 방학과 상관없이 연32일로 제한하라는 장관의 주문도 교수들에겐 「억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의 학기는 매년 10월1일부터 다음해 6월30일까지로 규정돼 있고, 교수들의 봉급은 출근시간이 아니라 일의 분량에 따라 계산되는만큼 바캉스의 제한은 명백한 불법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사바리」장관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수백㎞씩이나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하는 교수가 전체의 15%나 된다고 지적한 장관은 이같은 「제트기교수」의 존재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장관은 대학총학·장들에게 장거리 출퇴근교수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지시하고 봉급조정, 연구비 배당에서의 제외, 모든 진급심사에서의 불리 등 방법까지 일러주고 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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