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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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속 1백30㎞로 달리는 수소자동차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 아니 신기하다. 이것은 공상과학이 아니다. 이미 서독 자동차의 명문벤츠사가 개발, 시운전중이다. 본사 서독특파원에 따르면 연간 연구비를 6억달러(4천5백억원)나 쓰는 벤츠사의 야심작이다.
바로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A&M대학의 과학자들이 수소의 대량 제조법을 개발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물은 물론, 우주와 지구 어디에나 무진장으로 있는 수소를 에너지로 쓸 수 있다는 얘기는 꿈만 같다. 문제는 수소의 원료가 아니라 그의 대량공급이다. 사실 수소를 만들어 내는 일은 중학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있느냐가 열쇠다. 미국의 화학자들이 여기에 몰두하는 동안, 서독에선 어느새 수소자동차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직은 수소에너지의 저장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 저장하는 방법은 알지만 그 용기가 작은 일이 아니다. 강철탱크는 무게가 휘발유 저장탱크의 19∼24배나 된다.
영하 2백53도(C)에서 액화 저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도 그 장치가 문제다. 어느 쪽이든 여차한 사고 때 충격을 받으면 폭발한다. 그야말로 작은 수소폭탄이다.
그러나 벤츠사가 착상한 새로운 방법은 그런 것이 아니다. 특수금속이나 합금과 결합하는 수소의 특성을 이용하고 있다. 철, 티타늄, 마그네슘, 니켈 등과의 합금이 시도되고 있다.
그 화학작용은 전문가들이나 설명할 일이지만, 수소와 결합한 합금「하이드라이드」에 적당한 열을 가하면 수소가 방출된다는 아이디어다.
이 하이드라이드 탱크도 역시 무겁다는 단점이 있긴 있다. 수소를 많이 저장하려면 그 무게는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년 전 수소자동차를 착안할 때보다는 많은 문제들이 개선되었다. 벌써 시험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물론 이것이 우리 손에 넘겨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기술 개발 속도는 1백30㎞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그 수소자동차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의 석학들이 참여한 로마 클럽이 197l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와 함께 자원유한론을 주장할 때 인류는 새로운 전율과 공포를 가졌었다. 더구나 1973년의 석유위기와 79년의 2차 석유쇼크를 통해 그런 잠재적인 불안은 쉽게 씻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0년 사이에 세계의 상황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반도체문명은 우리의 예측을 절할 만큼 빠른 속도로 인류 문명의 구조를 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
인류는 기술 문명을 갖고있는 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이처럼 희망과 절망이 언제나 이웃하고 있는 현상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희망이 더 많다는데 우리는 희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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