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수소연료 자동차개발의 선구 다이믈러·벤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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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l973년의 석유위기를 계기로 대두했던 석유시장의 불안, 눈앞에 다가온 석유자원고갈전망 등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병행하여 석유시대 이후 자동차에 대한 동력원에 관한 관심도 높여 주었다.
대체 동력원 중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게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다. 그 이유는 수소를 무제한 얻을수 있다는 잇점외에 수소는 연소시키더라도 탄산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대기오염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에 덧붙여 새로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엔진을 그대로 이용할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하여 수소자동차연구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개발해낸 것으로 알려진게 서독의 자동차회사 다이믈러-벤츠다. 우리에게 벤츠로 알려진 이 회사는 이미 10년전에 수소자동차를 제작, 현재의 일반자동차와 똑같은 성능을 낼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간매출액 1백66억달러인 벤츠사는 수소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연간 6억달러를 사용하는 서독 제3위의 기업이다.
이 회사의 연간순익이 3억달러를 약간 밑도는 것에 비하면 6억달러의 연구개발비용은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사리 짐작케하는 것이다.

<수소자원 무한정>
벤츠의 수소자동차는 연구결과 실현가능하다는 결론은 얻었으나 문제는 연료로서의 수소를 어떻게 저장하느냐는 것이었다. 현재의 자동차에 가솔린탱크가 있듯, 어떻게 수소탱크를 만드는가하는 것이다.
벤츠연구진은 수소를 저장할수 있는 방법을 세가지로 나누어 검토했다.
첫 번째가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강철용기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이는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비해 19∼24배의 무거운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결점적인 단점으로서는 사고가 났을 경우의 폭발위험이다.
두 번째 생각할수 있는 방법이 섭씨영하 2백53도 상태에서 액화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초저온상태의 수소를 자동차에 장치하는 방법도 어렵지만 역시 폭발의 위험이 따른다.

<개발비 6억불투입>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벤츠에서 착상한 것이 특수한 종류의 금속이나 합금과 결합하는 수소의 화학적 성질이다. 이러한 화학적 성질을 이용, 금속에 수소를 저장시켰다가 이를 꺼내쓴다는 착상이다.
될수 있는 대로 많은 수소를 저장할수 있는 합금으로 이용하고 있는 금속은 철-티타늄-마그네슘-니켈의 합금이다.
이러한 합금에 수소와 함께 일정한 압력을 가하면 열을 방출하면서 수소가 금속과 결합되므로 이렇게해서 저장한 수소를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다시 꺼내쓴다는 생각이다.
그럴 경우 수소의 방출은 일정한 온도가 주어져야 가능하므로 사고가 났을 때 폭발의 염려가 없어 안전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된다는 장점도 있다.

<철·티타늄 등 합금>
수소와 결합한 합금(하이드라이드)에서 연료로 쓰기 위해 수소를 꺼낼때는 결합할때와 반대과정, 즉 열을 가하면 수소가 방출되므로 여기서 나온 수소를 엔진에 공급하여 실린더에서 가솔린처럼 점화, 폭발시켜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원리다. 하이드라이드에서 수소를 방출시킬 때 필요한 열은 엔진의 냉각수나 뜨거운 배기가스의 열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솔린탱크에 비해 하이드라이드탱크는 충분한 연료를 저장할수 없고 무겁다는 단점이다.
현재 벤츠에서 시험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수소승용차의 경우 1백20㎏의 하이드라이드탱크를 세 개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수용된 수소의 열량은 가솔린 19ℓ의 분량에 해당된다. 수소를 완전히 채웠을때의 탱크의 무게는 3백65㎏이 된다.
이 무게는 보통 가솔린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보다 탱크의 무게는 15∼20배, 용적은 5∼8배에 이른다.
또 탱크를 완전히 채우고 주행할수 있는 거리도 가솔린자동차가 6백∼8백㎞인데 비해 수소자동차는 1백50∼2백㎞ 단계에 있다.
최고속력은 보통 승용차가 시속 1백50∼1백80㎞를 낼수 있는데 비해 수소자동차는 1백30㎞정도다.

<최고속력 백30㎞>
이 회사의 연구실장인 「후베르투스·크리스트」교수는 『현재의 이론으로 하이드라이드의 기술개발에 따라 한번 수소를 채우고 4백㎞를 달릴수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것으로 보지만 그 연구가 아직은 진행단계에 있다』고 말하며 『문제는 하이드라이드에 사용되는 합금의 중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가 실현될 경우의 잇점은 자동차안의 냉방과 난방에 따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들수 있다.
하이드라이드용 합금에 수소를 결합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이용할수 있고 그 반대로 하이드라이드에서 수소를 방출할때는 주위의 열을 필요로하므로 다른 에너지원의 소모없이 냉방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원리다.
이런 원리는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일반가정이나 건물의 난방에도 이용할수 있다고 「크리스트」교수는 말하고 있다.,

<가정연료될 수도>
석유자원이 바닥나고 만약 수소가 대체연료로서 등장하는 시대가 된다면 마치 도시가스를 공급하듯 파이프를 통해 가정에 수소가 공급되는 경우를 생각할수 있다.
이럴 경우 자동차의 연료공급뿐만 아니라 하이드라이드의 수소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사용할수 있게되고 저장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때 방출시키는데 필요한 열을 실내공간의 열을 이용함으로써 냉방효과를 얻을수 있게된다.
이러한 구상은 아직 이론적이고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수소를 만들 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나올 때의 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비경제적이어서다.
그러나 벤츠사는 언젠가 수소에너지시대가 올 가능성에 대비, 30대의 마이크로버스와 승용차를 제작하여 베를린과 벤츠가 자리잡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시에서 금년부터 본격적인 시험운행(로드데스트)을 계획하는 한편 시내에 수소공급소(주유소)를 건설중에 있다.
이 회사는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석유시대가 끝나는 장래를 내다보고 있다는게 연구실장 「크리스트」 교수의 말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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