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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한 법장 스님 '행동하는 불교' 몸으로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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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법장 스님이 열반한 11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부천 성가병원 수녀들이 분향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 법장 스님이 자필로 남긴 마지막 법문.

"나에게 바랑이 하나 덜렁 있네/입도 없고 바닥 역시 없는 탓에/그 바랑 담아도 담아도 넘치는 법 없고/퍼줘도 퍼줘도 텅 비지 않으이."(我有一鉢囊 無口亦無底 受受而不濫 出出而不空)

11일 새벽 입적한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 스님이 남긴 말이다. 협심증 수술차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법장 스님을 모시던 시자 스님이 "입원 중이신데, 좋은 법문을 하나 해주시지요"라고 요청하자 지니고 있던 노트에 한문으로 써준 것이다. 조계종은 이날 법장 스님의 입적을 발표하면서 노트 원본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결국 이 법어는 2003년 2월 이후 종단 운영을 책임져 왔고 4년 임기를 1년5개월 남기고 있던 원장 스님의 유지로 남게 됐다. 조계종의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원장 스님이 재직 중 입적한 것은 1970년대 경산 원장 스님 이후 두 번째다.

법장 스님은 '신행을 중심 삼아 실천 불교를 지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역대 총무원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5월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으며 6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6.15 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현직 총무원장으로는 처음 방북하는 기록을 남겼다.

국내 포교.사회봉사 활동도 활발했다. 1986년부터 교도소 재소자에 대한 교화사업을 벌여 왔고 94년에는 부처의 가르침인 동체대비사상을 바탕으로 장기기증운동을 펼치는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세웠다. 조계종 종정 표창, 교정대상 자비상, 국민훈장 목련장 등은 스님의 이 같은 업적을 기렸기 때문이다.

법장 스님은 총무원장 재직 시 종단 운영과 관련한 크고 작은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종단 화합'을 특히 강조해 왔다. 조계종 측도 11일 "스님께서는 평소 '크게 한 소리 버럭 지르매 다시금 별스러운 의심이 없음이로다. 그르쳐 가지 말고, 그르쳐 가지 말지어다(大喝一聲 更無別疑 莫錯去 莫錯去)'라며 종단이 바른 길로 가도록 경계하셨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임시 빈소를 찾은 각계 인사는 종단의 큰어른이 너무 일찍 가셨다고 애도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어제 뵐 때까지만 해도 좋으시더니 너무 큰 충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고통받는 중생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며 많은 활동을 하셨던 법장 스님의 입적은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조계사 극락전으로 옮긴 빈소를 찾아 "평소 환경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써주신 법장 스님과는 인연이 남달랐다. 급작스러운 비보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비통함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병완 비서실장을 보내 "대종사의 높은 공덕을 기린다"는 애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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