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체전 메달 꿈" 진호, 일반 선수와 겨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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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선수가 어머니 유현경씨와 수영장에서 연습 뒤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김진호 팬카페]

▶ 김진호가 ‘말아톤’의 배형진(左)과 만나 즐거워 하고 있다. [김진호 팬카페]

10월 14일 울산에서 개막하는 제8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정신지체장애인 수영대회 배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금.은.동메달 한 개씩을 따내며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된 김진호(19.부산체고 2년) 선수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김진호는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수영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일반 선수들과 겨뤄 배영 100, 200m에서 당당히 2위로 골인, 부산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한다.

장애인대회에서의 좋은 성적도 의미가 크지만 일반 엘리트 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겨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애 극복이다. 장애인복지진흥회 이현옥 홍보과장은 "국내 장애인 체육인들의 미래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어 울산 체전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와 울산시도 김진호의 체전 출전을 환영하고 있다. 2003년 봉황기 고교야구에 출전한 청각장애인 야구단 성심학교와 1988년 서울 올림픽 미국 야구팀 에이스였던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 등 일반인과 경기하는 장애인은 큰 관심을 끈다. 게다가 김진호는 올 초부터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한 '진호야 사랑해'라는 코너에 출연한 뒤 '수영의 말아톤'이라 불리며 유명인이 되었다.

김진호의 팬카페(http://cafe.daum.net//jinhomanse)에는 800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후 하루 40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여느 스포츠.연예 스타 못지않다.

체육회 백승일 홍보실장은 "김진호 선수의 출전은 프로 스포츠 때문에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전국체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남자 고등부 수영이 이번 체전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 체전기획단의 권혁진 단장도 "깨끗해진 울산을, 밝고 맑으며 긍정적인 김진호 선수와 연결시켜 홍보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의 기록은 일반 선수들에 비해 아직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세계수영대회에서 우승한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기적을 이룰지도 모른다. 부산체고 수영부 이도혁 감독은 "13일 귀국하면 체전에 대비, 경기 집중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진호는 체력은 일반 선수에 못지않으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특히 경기장에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진호를 일반 선수와 경쟁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왔다. 체전에서 예선 통과 등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김진호 선수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새 기술을 익히더라도 곧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에 계속 반복훈련을 해야 했다. 어두우면 불안해 하기 때문에 수영장의 어두운 조명도 극복해야 했다.

아버지 김기복(46.의사)씨는 "수영 선수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진호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 진호가 지금 하고 있는 수영에서 일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씨는 일곱 살까지 인스턴트 식품만 먹던 진호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운악산으로 밥 먹기 극기훈련을 다녀오게 했고, 운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수영코치의 지도 아래 팬티만 입고 영하의 날씨에 오전 2시까지 운동장을 뛰게 할 정도로 체력단련에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박혜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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