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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도 긴장완화의 차선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북한의 군사적인 대치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이 대화를 통한 남북한의 관계개선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서울과 평양이 실현 가능한 교류와 접촉을 쌓아가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킨다면 그것은 동북아시아와, 더 크게는 미-소, 미-중공관계의 개선까지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리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당국은 우리측이 거듭 제안하는 당국자회담, 실현 가능한 교류와 협조를 거부하면서 군사적인 대결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70년대 중반부터 한반도에 직접이해관계를 갖곤 있는 미·일·소·중공에 의한 남북한의 교우승인에 기대를 걸어온 것도 이 방안이 남북화해에 다음가는 차선책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차승인이 처음 공개석상에서 제기된 것은 75년9월 유엔에서「키신저」당시 미 국무장관에 의해서다. 그때 그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동맹국들이 한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거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 이듬해「키신저」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 뒤 정권이 바뀌면서 교차승인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카터」의 철군정책은 북한과 그 동맹국들로 하여금 주한미군철수 이후에 대한 「기대」를 걸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차승인의 추진과는 역항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에「슐츠」국무장관의 한·일·중공방문을 계기로 이 문제가 다시 우리의 관심권에 되살아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우리는 중공 및 소련과 꾸준히 접촉의 실적을 쌓아 왔다. 한국사람들의 소련방문, 소련사람들의 한국입국, 중공과의 간접교역은 언젠가는 실현될 한-소, 한-중공관계개선의 바탕으로서 중요한 것이었다.
작년부터 미·중공관계가 긴장되고, 북한·중공관계가 보다 긴밀해져서 중공이 한국과의 간접교역을 중단하기는 했어도 우리는 그것을 일시적인 조처로 보고싶다.
중공과 소련이 남북한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경쟁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교차승인의 장애요소의 하나였다면 최근의 중·소 화해의 움직임도 도움이 되는 징조라고 해석할 수가 있겠다.
우리는「슐츠」의 이번 극동순방 중에 남북한 교차승인을 포함한 한반도의 긴장완화 방안이 중요한 의논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동경과 북경에서 과연 이 문제가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되었을 것인가 극히 의심스럽다. 「안사」통신이 동경발신기사로 교차승인 토의를 보도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주변 큰 나라들이 그동안 이 문제에 냉담했던 일을 상기하면 그 통신보드가 반드시 정확한 것 같지도 않다.
교차승인문제에 관한「카터」·「레이건」행정부의 냉담 또는 소극적인 태도에 우리는 실망하고 있었다.
서구의 주요국가들이 북한승인의 움직임을 보일 매마다 우리는 교차승인 방안을 방패로 그런 움직임을 저지하느라고 애를 써왔다.
「레이건」행정부의 아시아군사정책은 최근 강력한 소련대응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이 소련의 태평양군사력대강에 대한 마땅한 대응태세이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첫째는 미국이 소련을「가상의 주적」으로 강조하는 나머지 우리의 대결상대인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이 소련의 위협의 일부로 편입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둘째는 태평양에서 미·소 군사대결이 고조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역효과를 미친다는 판단이다.
세째는 우리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그런 전략수립에 우리가 얼마나 긴밀한 협의대장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강화되는 미·소의 대결자세는 남북한 교차승인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인 동시에 교차승인이라는 차선책을 통한 긴장완화의 필요성을 한층 절실하게 만든다.
「슐츠」를 맞아 새로운 안보환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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